14가구는 고의훼손…실태조사 이어 관리비 정산 과정서 혼선 불가피
(세종=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 지난 겨울 아파트 계량기가 고장 나 개별 난방비를 전혀 내지 않은 집이 전국 2만7천865가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실태조사와 함께 고장난 계량기 등 설비를 수리하도록 했고, 각 아파트 단지는 관리비 정산을 진행하고 있다.
단지별로 많은 곳은 수백 가구가 실제 거주하면서도 계량기 고장 등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단지마다 관리비 정산을 두고 일부 혼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공동주택 세대 전용 난방비 0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222만556가구 중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계량기가 고장 나 난방비가 0원으로 계산된 가구는 총 2만7천865가구로 집계됐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인 주택 등이다.
입주민이 고의로 계량기 등 장비를 훼손해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도 14가구 있었다.
이번 실태조사는 국토부의 요청으로 지자체를 통해 이뤄졌는데, 난방비가 0원으로 부과된 원인을 알 수 없어 '기타'로 분류된 가구도 7천270가구였다.
지자체마다 실태조사의 강도가 달라서인지 기타 가구에는 주거약자를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써 원래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는 가구도 있었지만 주민이 조사에 응대하지 않았거나 다른 기계가 고장 난 경우 등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통계보다 난방비를 내야 함에도 내지 않은 가구가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0원이 나온 가구는 시·도별로는 경기도가 1만9천103가구(68.5%)로 가장 많았고 서울은 4천231가구, 인천 1천287가구, 경남 1천36가구, 부산 526가구 등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양천구 신월시영아파트(2천256가구)에서 1천384가구(61.3%)가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아파트는 작년 12월 900여가구의 난방비가 0원으로 부과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실태조사 결과 12월 900여가구가 난방비가 안 나왔는데 올해 1월에도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가구가 있어 합해서 보고했다"라며 "조만간 이 아파트의 관리비 재정산을 권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원시 권선구 N아파트도 전체 가구가 1천50가구인데 674가구(64.1%)가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보고됐다.
난방비를 내지 않으려고 기계를 고의로 훼손한 14구 중 8가구는 세종시에 몰려 있었다.
세종에서도 범지기마을의 한 단지에서 6가구가 계량기 고의 파손으로 난방비가 0원이 부과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외에 경기도는 3가구, 인천 2가구, 서울 1가구가 있었다.
서울 1가구는 치매 노인이 기계를 훼손한 것으로 파악돼 설비를 수리했다. 나머지 13가구에 대해서는 경찰에 고발하고 최고 수준의 난방비를 부과했다.
계량기가 고장 난 2만7천865가구 중 2만5천593가구는 수리를 마쳤고 2천272가구는 조치 중이다.
실태조사에서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전체 가구는 19만4천222가구로 집계됐다.
이중 아파트 난방을 쓰지 않고 전기장판 등을 쓰면서 겨울을 난 가구가 11만6천275가구에 달했다.
또 미입주했거나 전세가 나가지 않아 비어 있는 가구는 3만7천137가구였고 해외출장 등으로 장기 출타한 경우는 5천661가구였다.
'난방비 0원' 아파트 문제는 2014년 '난방열사' 배우 김부선이 제기하면서 이슈가 됐다.
이에 2015년 1월 국토부가 조사를 벌인 결과 겨울에 난방비가 0원이 나온 아파트는 전국 5만5천여가구였고 이중 6천900여가구가 계량기 고장 등 관리 부실로 인해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안호영 의원은 "전국의 난방비 관리 실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입주민들이 공평하게 관리비를 내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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