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집권당 결정 이행…소수 백인정권과 싸우던 과거 처지와 비슷
(서울=연합뉴스) 임은진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이 텔아비브에 있는 주이스라엘 자국 대사관의 지위를 연락사무소로 강등했다고 AFP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린디웨 시술루 남아공 외무장관은 요하네스버그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이스라엘 남아공 대사관의 강등 계획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에 대사 수준의 대표자를 임명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락사무소 수준으로 유지하고 업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술루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남아공의 싱크탱크 SAIIA에서 한 연설에서도 "(연락사무소는) 정치·무역·개발 협력에 대한 권한이 없으며, 무역과 상업 활동에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락사무소는 영사 업무와 인적 교류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아공의 이같은 조처는 집권당인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지난 2017년 12월 열린 총회에서 주이스라엘 대사관의 지위를 강등하기로 만장일치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ANC는 당시 결정에 대해 억압받는 팔레스타인 국민을 지지한다는 실질적인 표현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며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 국제법 위반에 관한 분명한 메시지를 이스라엘에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에는 미국이 국제사회 반대에도 이스라엘 주재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하자 남아공은 주이스라엘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당시 이스라엘이 미국 대사관 이전을 반대하던 팔레스타인 시위대에 발포하는 등 강력히 대응하면서 최소 52명이 숨진 데 따른 항의의 표시였다.
ANC는 고(故)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몸담았던 곳으로, 팔레스타인과의 유대를 표명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과 과거 소수의 백인 정권에 맞서 싸우던 남아공 국민의 처지가 비슷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는 만델라가 대통령에 선출된 1994년 종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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