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고성=연합뉴스) 양지웅 김철선 기자 = 강원 동해안 산불은 축구장 741개 면적과 맞먹는 산림 530㏊를 삼켜버렸다. 소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핫한 지역의 유명 음식점들도 화마의 손아귀를 피하지 못했다.
속초시 장사동 해안가에 위치한 한 카페는 바다가 보이는 전경과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유명했으나 이번 산불로 잿더미가 됐다.
건물 앞 풍차는 불탄 날개가 바닥에 떨어졌고 가게 간판도 반쯤 녹아내린 채 길 위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현관에는 "속초·고성 산불화재로 인하여 건물이 전소되었습니다"라며 "이른 시일에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겠습니다"는 대형 안내문이 걸렸다.
카페 내부는 더욱 처참했다.
검게 그을린 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채 부서졌고 동해(바다)가 보이던 창문은 열기에 모두 깨졌다. 탁자와 의자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다.
카페에 조성된 정원도 불길에 소실,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공원에 놓인 동상과 잔디는 대부분 검게 그을렸다.
정원에는 카페 주인이 키우던 공작과 토끼, 염소 등 여러 동물이 불을 피해 다행히 살아남았다.
"꾸룩…꾸루룩"
철조망 안에는 공작새 두 마리가 특유의 울음소리를 내며 모이를 쪼았다. 낯선 사람의 발걸음에도 크게 경계하지 않았다. 화려한 깃털이 그을리지 않은 것으로 볼 때 불길을 피한 모양이다.
카페를 찾은 한 주민은 "경관이 좋아 주말에 한 번씩 찾아오던 카페인데 불이 났다길래 한번 와봤다"며 "작년에 리모델링을 다 했다는데 참 안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카페가 산불로 소실된 사실을 모르고 카페를 찾은 관광객들은 참혹한 모습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한 관광객은 "전경이 좋다고 해서 찾아왔는데, 다른 곳을 알아봐야겠다"며 말을 아꼈다.
고성과 속초의 경계선 사이에 위치한 유명 이탈리안 레스토랑도 불길을 피할 수 없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을 탔지만, 화마에 앙상한 골조만 남았다.
넓은 앞마당은 손님 대신 고성군 의용소방대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배우 최불암이 출연하는 유명 음식프로그램에 고성 맛집으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한 한 식당은 입구부터 완전히 불타버렸다.
고즈넉한 목조 건물은 화마의 먹이가 됐고 낮은 돌담까지 시뻘건 불길에 휩싸였다.
정원을 채운 꽃나무들은 채 꽃망울을 터뜨리기 전에 불탔고 기와지붕은 강풍에 이리저리 불씨를 옮기다가 힘없이 무너져내렸다.
지난 주말 속초와 고성 주요 관광지 곳곳은 활기를 잃은 채 썰렁했다. 평소 주말 모습을 떠올리면 쓸쓸함까지 느껴졌다.
한 주민은 "관광도시에 관광객들이 줄어드는 게 걱정스럽다"며 "관광객들에게 오라고만 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피해 원상복구 시키고 안전한 곳으로 다시 만드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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