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비례대표 배분 확대…반군부 다수당 확보 위기
66명 당선무효 조사…지역구 최다의석 푸어타이 겨냥?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총선 이후 2주가량이 지나면서 태국에서 반(反) 군부정권 세력의 행보에 조금씩 먹구름이 끼고 있다.
군부 정권의 치밀하게 짜인 시나리오라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8일 일간 더 네이션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군부정권 연장에 반대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기로 한 이른바 민주전선의 하원(500석) 다수당 확보가 위기를 맞고 있다.
선관위가 지난 5일 성명을 통해 총선에 참여한 25개 이상의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이 배분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애초 7만표 이상이 비례대표 의석 최소 득표 기준선으로 예상됐지만, 선관위가 이를 3만여표 정도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군소정당이 대거 의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 경우, 탁신계 푸어타이당 주도 민주전선의 의석수는 애초 예상한 과반 255석에서 절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득표 전체 3위로 지역구 의석 30석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 산정에서 57석가량을 얻을 것으로 관측되던 퓨처포워드당의 비례대표 의석이 7석 정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히돈 대학 정치학과의 뿐차다 시리운나붓 부교수는 로이터통신에 "선관위 발표는 비례대표 의석 일부가 군소정당으로 감에 따라 군부정권 연장을 막으려는 민주전선 측이 의석수를 과대평가했을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탁신계는 반발했다. 푸어타이당 총리 후보 중 한 명인 쿤잉 수다랏은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관위는 어떤 사람들이 권력을 유지하는 것을 돕기 위해 헌법을 위반하는 위험을 무릅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푸어타이당 대변인도 "민주전선이 차기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선관위의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선관위가 지역구 선거 당선자 66명에 대해 이의가 제기된 만큼, 조사 결과에 따라 당선이 취소될 수 있다고 밝힌 것도 민주전선 측으로서는 불안 요소다.
현재 지역구 의석수 1위는 푸어타이당으로 137석이고, 군부정권을 지지하는 팔랑쁘라차랏당은 97석으로 40석이 적다.
선관위가 군부정권 '입김'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구심이 팽배한 상황에서 푸어타이당 당선자 다수가 '무효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태국 온라인상에서는 선관위가 민주전선 측 당선자들에 대해 대거 '당선무효' 판정을 내려 반군부 세력의 하원 다수당 구성을 저지할 것이라는 루머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선관위는 특정 정치세력의 편을 드는 일은 없다며 반박하지만, 선관위의 중립성에 대한 불신은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어서 의혹이 해소될 가능성이 그리 커 보이진 않는다.
이런 가운데 총선에서 반군부 세력의 중심으로 떠오른 '젊은 피' 타나톤 중룽르앙낏(41) 퓨처포워드당 대표에 대한 군부 정권의 폭동선동 혐의 고발 건도 반군부 세력을 압박하는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2015년 일을 뒤늦게 끄집어내 고발한 것에서 볼 수 있듯, 반대 세력에게는 군부 정권이 언제든지 정치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경고장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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