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 후 미뤄졌던 개통, 북·중 수교 70주년 맞아 이뤄져
"미국 고려해 지방정부 차원 교류…경협 확대 신호탄 가능성"
"中단둥~北신의주 신압록강대교 막바지 개통 준비 중" 증언도
(지안=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완공 후 수년째 개통이 미뤄졌던 중국 지린성 지안(集安)과 북한 만포 간 국경을 잇는 다리가 8일 정식으로 개통했다.
이날 오전 8시 20분께(현지시간) 북한 땅에서 관광버스 4대가 지안-만포간 다리를 건너 중국 지안 도로통상구(公路口岸)로 넘어왔고, 한 시간 뒤 관광객 등 약 120명을 태우고 북한으로 들어갔다.
현지 여행사에 따르면 관광객들은 북한 만포 시내 등을 둘러본 후 당일 오후 5시께 지안으로 복귀하는 일정이다.
중국 내륙이자 압록강 중류에 있는 지안은 압록강 하구인 랴오닝성 단둥(丹東), 두만강 하구인 지린성 훈춘(琿春) 등과 함께 대표적인 북·중 교역 거점으로 꼽힌다.
북·중 양국은 2012년 5월 지안-만포간 다리 건설에 합의한 후 2016년 사실상 공사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분위기 등으로 개통을 미뤄왔다.
하지만 중국은 지난해 12월 세관과 시장의 기능을 겸하는 국경통로구역인 지안 도로통상구를 국가급으로 승격했고, 지난달 말에는 통상구 및 다리 개통을 앞두고 북한 측과 최종 점검을 하기도 했다.
루빙(路兵) 지안시 위원회 부서기는 당시 통상구 최종점검 회의에서 "중국 동북 3성에서 면적·시설 규모가 가장 큰 통상구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면서 "북·중이 공동 노력해, 통상구가 양국 교류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한 자강도 인민위원회 대외사업국 지경일 국장은 또 "양국 접경 지방정부와 인민의 교류·소통이 강화될 것으로 믿는다"면서 "나아가 북·중 양측의 경제 사회적 협동발전과 양측 접경지역 인민의 생활 수준이 함께 개선되기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접경지역 소식통은 이날 다리 개통에 대해 "북한 비핵화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북·중 및 국제사회 환경 등은 일부 변하고 있다"면서 "중국 지방정부가 경제발전 수요에 따라 과감하게 북한과의 협력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대미 관계를 고려해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크게 확대하지는 못하겠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 시도한 것"이라면서 "제재 국면 이후에 있을 북·중 경협 확대의 신호탄으로 볼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번 다리 개통은 2018~2019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새 4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이 수교 70주년을 맞아 교류 확대를 공언한 가운데 나온 구체적인 움직임으로서도 의의가 크다는 것이다.
중국은 최근 지안에서 지린성 퉁화(通化)로 연결이 되는 고속도로 공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이를 통해 퉁화-지안-만포 간 물류 노선을 구축하고, 지린성의 화물을 지안에 모아 북한으로 수송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밖에 최근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신압록강대교에서도 다리 개통을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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