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렴의무 위반…비위 정도 심한 경우 해당"
(대전=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직무관련자로부터 많은 축의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직원이 축의금 수령에 고의가 없었다며 학교 측을 상대로 무효 소송을 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2민사부(박순영 부장판사)는 KAIST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A씨가 학교 측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무효확인 소송에서 원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KAIST에서 물품 구매 및 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 자녀 결혼식을 치르면서 직무관련자 136명으로부터 축의금으로 2천493만원을 받았다.
축의금 규모는 30만원부터 많게는 100만원도 있었다.
학교 측은 축의금 가운데 공무원 행동강령(5만원 초과)을 위반해 받은 금액이 1천7천17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징계위원회가 청렴의무 위반을 지적하며 A씨에 대해 강급 6개월 징계 처분하자 그는 "축의금 수령에 고의가 없었다"며 소송을 냈다.
강급은 신분을 유지하되 호봉을 낮추는 징계로, 해당 기간에 보수를 일부만 받는 것이다.
A씨는 재판에서 "직무관련자에게 자녀의 결혼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축의금 수령에도 고의가 없었다"며 "축의금을 낸 직무관련자 중에는 가까운 친척도 포함돼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학교 측 손을 들어줬다.
A씨가 5만원이 넘는 축의금 1천717만원을 받고 반환하지 않은 것에 대해 청렴의무를 위반한 행위로 판단한 것이다.
A씨는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는 물품 구매 및 계약 체결 등의 업무를 담당해 그 직무상 높은 수준의 청렴성과 투명성이 요구된다"며 "그런데도 학교 측과 계약을 체결한 업체나 계약 체결을 희망하는 업체 사람들로부터 다액의 축의금을 받는 것은 그 청렴성에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는 직무관련자들부터 많은 축의금을 받은 사실을 알았음에도 징계 절차가 개시될 때까지 반환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수수의 고의가 없다고 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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