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세관, 주민 협의 없이 재건축 추진" 아예 이전 요구
세관 "공청회 의무사항 아니지만 공사 사실 사전에 알려"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지어진 지 48년 된 부산 북부산세관 노후 청사의 재건축 사업을 두고 주민들은 사업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며 규탄하고 부지 이전을 주장하고 있다.
8일 오후 부산 남구 북부산세관 앞에는 주민 50여명이 붉은 옷을 입고 모였다.
주민들은 '북부산세관 신·개축 반대 및 이전 요구', '북부산 세관 부지 주거환경으로 바꿔달라'는 등의 내용이 쓰인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연신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지난달 21일부터 벌써 보름 넘게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50여명의 주민이 매일 참가하고 있고, 매주 수요일 집회에는 최대 250여명까지 참가자가 늘기도 한다.
북부산세관과 남구청에 따르면 세관 건물은 1971년에 만들어졌다.
용당동 한복판 1만9천여㎡ 부지에 세관 사무실 건물 1동과 지정장치장(세관·물품검사 업무를 하는 곳) 5동의 건물이 들어섰다.
부지 외곽에는 높이가 2∼3m 넘는 큰 담벼락이 둘려졌다.
세관은 노후화된 해당 건물들을 이달 4월부터 철거해, 2020년까지 청사 1개 동과 지정장치장 1개 동의 신청사로 재건축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은 세관이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했다며 규탄한다.
고삼남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주민들이 최근 몇 년간 북부산 청사를 이전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여 왔는데, 북부산 세관은 이런 주민 목소리를 싹 무시하고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재건축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김만식 공동위원장도 "마을이 세관 건물에 단절된 지 50여년이 됐고, 주민들은 긴 세월 동안 세관 담벼락만 쳐다보고 살아왔다"면서 "이제는 마을이 고사해 병원 하나 없고 초등학교는 폐교위기에 몰려있었는데 왜 재건축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주민 의견조차 묻지 않고 밀어붙였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주민들은 청사 재건축을 안 것은 지난달 중순이다.
세관이 이미 사업을 모두 결정해놓고 20일 인근 주민센터에서 사업 설명회를 개최했고, 주민들은 반발로 설명회는 파행됐다.
세관은 기존 부지에 건물을 새로 짓는 것이라 공청회를 여는 것이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관 측 관계자는 "그동안 마을 통장 일부 등에게 재건축 사실을 구두로 설명했고, 건물을 신축할 때 인도 폭을 넓히는 부분도 주민 의견이 반영된 부분"이라면서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주민들은 현재 철거공사가 진행 중인 노후 건물의 석면철거와 관련해 안전성을 우려하며 세관의 설명을 요청했지만, 세관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한다고 주장했다.
관할 구청인 남구청도 "세관에 석면철거 관련 설명회를 열어 달라고 주민 의견을 전달했지만, 세관이 가타부타 답변하지 않았다"면서 "같은 공무원이지만 세관 측 태도는 이해가 안 간다"고 질타했다.
이에 세관 측은 "석면철거는 법에 따라 구청에 신고했고, 석면철거 전문업체를 선정해 석면관리 최고 등급에 준해 안전하게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주민설명회를 재차 열어 주민을 설득하는 작업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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