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일한 만큼 현물 받는' 제도 정착에 안간힘

입력 2019-04-09 08:00  

北, '일한 만큼 현물 받는' 제도 정착에 안간힘
노동신문, 분조관리제 분배 모범 협동농장 소개…물질적 인센티브 부여 초점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이 농업생산을 늘리기 위해 '분조관리제 내 포전(논밭)담당책임제'에 따른 엄격한 분배 제도의 정착과 이를 통한 물질적 인센티브의 부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3년부터 협동농장의 운영을 종전 수십명 규모의 작업반 단위에서 말단인 10∼15명 분조로 전환하고 특히 분조 내에서 3∼5명 중심으로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했는데, 이는 농업분야의 시장 개혁적 조치로 꼽힌다.
그런데도 '일한 만큼, 번 만큼'에 대한 '공정한 일당' 평가와 분배, 생산물 처분 권한 등에서 문제점이 있어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지난해 12월 제4차 전국농업부문열성자회의를 열고 포전담당책임제의 우월성이 최대한 발양되지 못한 데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등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과학 농사와 분조관리제를 틀어쥐면 풍년을 안아올 수 있다' 제목의 기사에서 황해남도 재령군 복지협동농장에서 분조관리제와 포전담당 책임제의 정확한 운영을 통해 일한 만큼, 수확을 낸 만큼 분배받는 제도를 정착시킨 과정을 모범 사례로 상세히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복지농장에서는 정확한 분배를 위해 하루 일이 끝나면 분조장 뿐 아니라 농근맹 초급간부와 선동원 등 여러 명이 마주 앉아 당일 분조원들의 '일당'을 공평하게 평가토록 했다.
과거에는 분조장 일인의 일방적 평가에만 의존했지만, 여러 명이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 것이다.
신문은 분조장 일인 평가제도의 부작용에 대해 "(매일)정상적으로 로력공수(일당) 평가를 하지 못하거나 로력공수를 얼굴을 봐가며 주는 것과 같은 편향이 제기되곤 했고 그 후과(결과)는 농장원들의 생산 열의를 떨어뜨리고 분조의 단합에 저해를 줬으며 나아가 알곡 생산을 늘리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농장 관리위원회는 또 연초가 오면 농장원들과 분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약속하고 가을에는 그 약속에 따라 "농장원별 가동일수(일한 날짜), 로력공수, 공동노동참가실태, 알곡 수매량 등을 일일이 계산"해 무조건 일한 만큼, 번 만큼 현물을 분배했다.
사실 분조관리제 이전에는 생산한 모든 곡물을 전부 낮은 국정 가격으로 국가 기관에 수매해야만 하는 현금 분배 제도로 인해 농민들의 피해가 컸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토지사용료, 관개 및 전기 사용료, 농자재 대금, 지원 인력 등 국가가 제공한 영농물자 비용만 국가에 의무적으로 수매하고 나머지 생산물을 일한 만큼, 수확한 만큼 현물로 받도록 했다.



특히 북한은 분배받은 현물을 국가 수매가 아닌, 기업체 등 지정된 기관 등에 협상을 통해 가격을 흥정해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나 복지농장 관리위원회는 엄격한 분배 제도의 정착을 통해 곡물 생산을 대폭 늘릴 수 있었고, 노동신문도 "몇해 먹을 쌀이 차례지는 가정들이 늘어나 농장원들의 생산열의가 고조됐다는 것은 더 말할 것도 없다"고 밝혔다.
복지협동농장에서는 이외에도 일한 만큼, 번 만큼 엄격한 분배 제도의 정착을 위해 좋은 땅과 나쁜 땅을 균등하게 나누도록 하고 3∼5명의 포전담당도 성별과 나이, 건강과 기술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성했다.
논밭의 지력과 인적 구성이 공평하지 않다 보니 1정보당(1정보는 3천평) 논벼 수확량이 무려 3t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농민들의 불평불만을 야기하고 사기도 저하했기 때문이다.
농장 관리위원회의 이런 노력으로 분조관리제 내 포전담당책임제를 도입하기 6년 전보다 논 1정보당 1t의 쌀을 더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노동신문은 덧붙였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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