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청문회서 이념편향 논란 돌파 의지…"우려 받아들여 언행에 주의"
'향판' 출신 헌법재판관 후보자…"지방분권 실현에 최선"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문형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이념 편향성 우려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9일 오전 10시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스스로 나태와 독선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부산판례연구회나 우리법연구회 등의 학술단체에 가입하였을 뿐, 결코 정치적 이념을 추구해 단체에 가입한 적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법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헌법과 법률에 의해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했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임명권자를 포함한 사회의 모든 세력으로부터 독립된 상태에서 공정한 재판을 하는 데에 저의 모든 것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진보성향 판사들의 학술단체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는 점이 이날 인사청문회에서 이념편향 논란 등으로 쟁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 가입 과정에서 정치 이념을 추구하지 않았다는 문 후보자의 발언은 논란을 정면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문 후보자는 다만 "진위를 떠나 그와 같은 우려를 낳은 것 자체가 저의 불찰이므로 반구저기(反求諸己·잘못을 자신에게서 찾는다)의 자세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언행에 더욱 각별히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경남과 부산 지역에서만 근무한 이른바 '향판' 출신이기도 한 문 후보자는 헌법재판관에 임명되면 지방분권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헌법재판에 임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생의 대부분을 지방에서 살아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헌법에서 선언한 지방분권의 가치가 최대한 실현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이루는 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헌법의 의지가 법전의 장식이 아니라 현실의 힘이 되기 위해서는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대폭 지방에 넘기는 분권이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교 시절부터 자신을 지원해준 김장하 남성문화재단 이사장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문 후보자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독지가인 김장하 선생을 만나 대학교를 마칠 때까지 장학금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무사히 학업을 마칠 수 있었다"며 "김장하 선생은 제게 자유에 기초하여 부를 쌓고, 평등을 추구해 불합리한 차별을 없애며, 박애로 공동체를 튼튼히 연결하는 것이 가능한 곳이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몸소 깨우쳐 주셨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관의 길을 걸어온 지난 27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대한민국 헌법의 숭고한 의지가 우리 사회에서 올바로 관철되는 길을 찾는 데에 전력을 다했다"며 "그것만이 선생의 가르침대로 제가 우리 사회에 진 빚을 조금이나마 갚을 수 있는 길이라 여기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