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뇌에 아주 약한 전류를 흘려보내면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떨어지는 작업 기억(working memory)을 20대 젊은이의 수준으로 회복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작업 기억이란 뇌로 들어온 여러 가지 정보를 한꺼번에 잠시 저장해 두고 필요할 때 꺼내 사용하는 능력, 즉 단기 기억을 말한다.
작업 기억은 먼 옛날 일을 떠올리는 장기 기억과는 달리 잠시 저장해 놓은 정보들을 활용해 추리하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고 기획하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다. 작업 기억은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점차 저하된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로버트 라인하르트 신경과학 교수 연구팀이 노인 42명(60~76세)과 젊은이 42명(20~29세)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뉴욕 타임스 인터넷판과 헬스데이 뉴스가 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이들에게 경두개 교류 자극(tACS: transcranial alternative current stimulation) 장치가 부착된 뇌전도(EEG) 모자(cap)를 씌우고 극히 약한 전류를 50분간 흘려보내면서 컴퓨터 화면으로 작업 기억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특수 뇌전도로 작업 기억과 관련된 뇌 부위인 전두엽과 좌측두엽의 뇌파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관찰했다.
작업 기억 테스트는 컴퓨터 화면에 먼저 하모니카나 깨진 달걀 등을 보여주고 몇 초 동안 화면을 비운 다음 다시 처음 보여준 것과 똑같거나 아주 미세하게 달라진 것을 보여주면서 처음 것과 같은지, 다른지를 묻는 방식으로 모두 10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연구팀은 노인 그룹의 테스트 결과를 경두개 교류 자극은 하지 않고 테스트만 했을 때의 젊은 그룹 성적과 비교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노인들의 성적이 젊은이들의 테스트 성적과 맞먹었다.
그러나 노인들에게 캡만 씌우고 실제 전류는 흘려보내지 않았을 때는 젊은이들의 성적이 훨씬 뛰어났다.
노인들에게 나타난 이러한 효과는 실험이 진행된 50분 동안 지속됐지만 시간이 가면서 효과가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최대 5시간은 이어졌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그런데 젊은이들의 경우 전류를 보냈을 때와 안 보냈을 때의 성적 차이는 아주 미미했다.
이는 전기자극을 가하는 것이 저하된 작업 기억을 '회복'시킬 뿐 '개선'하는 효과는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노인들이 작업 기억이 저하되는 이유는 두 뇌 영역의 뇌파 흐름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 어긋나는 부조(不調: out-of-sync)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노인 그룹은 전기자극으로 이 부조 상태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결과는 노인들의 작업 기억 저하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결과는 앞으로 보다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규모가 큰 실험을 통해 확인이 필요하겠지만 치매를 비롯한 인지기능 저하에도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s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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