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평화 가늠자' 이스라엘 총선 오늘…네타냐후 5선 성공할까

입력 2019-04-09 11:19  

'중동평화 가늠자' 이스라엘 총선 오늘…네타냐후 5선 성공할까
'대항마' 간츠와 피말리는 박빙 승부…이기면 최장수 총리 등극
중동정세 변수될듯…강경 정책 네타냐후 맞서 간츠 대화에 무게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강경 보수파 현 총리의 5선 수성이냐 새로운 중도파 총리의 탄생이냐를 가를 이스라엘 총선이 9일(현지시간) 전국 투표소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중동 정세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선거에서는 베냐민 네타냐후(69) 총리가 이끄는 극우 리쿠드당과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출신 베니 간츠(59)의 중도정당연합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이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다.
피 말리는 초접전 양상 속에 어느 쪽도 단독 과반을 차지하기는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스라엘 TV '채널 13'이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 전체 120석 가운데 리쿠드당과 청백당이 각각 28석씩 확보할 것으로 예상됐다.
AP통신은 "네타냐후 총리가 간츠에 맞서 최근 10년래 가장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13개 정당이 참여한 이번 선거에서 전체적으로 리쿠드당을 포함한 우파 진영 지지율이 중도 및 아랍계 정당들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의 박빙 구도에서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이스라엘 법에 따르면 과반 정당이 나오지 않을 경우 대통령은 정당 대표들과 협의를 거쳐 연정구성 가능성이 높은 당수를 총리 후보로 지명하고 연정구성권을 준다.
이번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역시 네타냐후 총리가 5선에 성공하느냐 여부다.
1996년 리쿠드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면서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지금까지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13년간 총리직을 수행한 그가 이번 총선에서도 승리하면 다비드 벤구리온 초대 총리를 제치고 이스라엘 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인 안셸 페퍼는 로이터통신에 "이번 총선의 핵심은 단 하나, 네타냐후가 총리직을 계속 수행해야 하느냐 여부"라며 "크네세트를 구성할 정당들도 이 기준으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막판 선거 판세가 초박빙으로 흐르면서 초조해진 네타냐후 총리는 유대 민족주의에 불을 지피며 우파 결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근 네타냐후 총리가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 합병을 선언하며 논란을 자초한 것도 이런 선거 전략의 연장선이라는 분석이 많다.
요르단강 서안은 팔레스타인이 국가 건설을 희망하는 지역 가운데 하나로, 1967년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직후 점령한 땅이다.
내심 네타냐후 총리의 정권 연장을 바라는 미국도 이런 기조에 발맞춰 노골적으로 네타냐후 총리에 힘을 실어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7년 12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고 자국 대사관을 옮기겠다고 발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로 인정하면서 이스라엘의 보수 표심 결집을 도왔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가 부패 혐의로 법적 심판을 받을 위기에 놓여 있다는 점은 이번 선거에서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검찰은 지난달 말 네타냐후 총리를 뇌물수수·배임·사기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길 것이라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간츠도 선거 유세 과정에서 "국민은 우파가 위험에 빠진 것이 아니라 네타냐후 위험에 빠져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의 부패 의혹을 집중적으로 공격해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번 이스라엘 총선이 향후 수년간 중동지역 정세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문제 해법을 포함한 중동 외교에서 강경 일변도 정책을 고수하는 반면 간츠는 상대적으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2011∼2015년 이스라엘방위군 참모총장을 지낸 간츠는 군 출신답게 안보를 강점으로 내세우면서도 요르단강 서안의 유대인 정착촌 확대에 반대하는 등 팔레스타인 문제에 유연한 모습을 보여왔다.
간츠가 집권할 경우 중동 주변국들과의 관계 설정에서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번 총선의 투표는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7시 개시돼 밤 10시까지 이어진다. 선거 결과는 이튿날 새벽이나 오전께 대략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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