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총리, '건설사 비호' 공격 야당 대표에 "명예훼손 고소"

입력 2019-04-09 11:17   수정 2019-04-09 11:23

캐나다 총리, '건설사 비호' 공격 야당 대표에 "명예훼손 고소"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건설사 비호' 의혹을 공격해 온 야당 대표를 명예훼손 및 중상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해 눈길을 끌고 있다.
8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31일 개인 변호사를 통해 보수당 앤드루 쉬어 대표에 서한을 보내 정가의 대형 쟁점이 돼 온 건설사 SNC-라발린 비호 의혹과 관련한 쉬어 대표의 비난이 적절치 않은 내용을 담고 있다며 고소할 뜻을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SNC의 해외 뇌물 사건을 기소 면제로 처리할 것을 법무부 장관에게 종용,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2월부터 야당과 언론의 공세에 시달리고 있다.
트뤼도 총리 측 줄리안 포터 변호사는 이 서한에서 조디 윌슨-레이볼드 당시 법무 장관이 하원 법사위원회에 제출한 사건 관련 증거 자료에 대해 언급한 쉬어 대표의 주장이 총리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포터 변호사는 지난달 29일 쉬어 대표의 언급에 대해 "트뤼도 총리에 대해 지극히 심한 명예훼손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의 정치적 발언은 의회 내에서 면책특권의 보호를 받지만 이번에 트뤼도 총리 측이 문제 삼은 쉬어 대표의 언급은 온라인 등에 공개된 성명과 공격들이다.
쉬어 대표는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의 법사위 증거 자료들이 공개된 후 성명을 통해 트뤼도 총리가 SNC의 형사소추를 방해하며 불법적 정치 개입을 시도했다고 비난했다.
또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고 부패 행위를 저질렀다고 트뤼도 총리를 공격했다.
앞서 윌슨-레이볼드 전 장관은 사건 조사를 위해 소집된 하원 법사위에 출석, 트뤼도 총리와 측근들의 외압 실태를 증언, 폭로했고 최근 전화 통화 녹음 파일과 이메일 등 증거 자료를 추가로 제출했다.
포터 변호사는 쉬어 대표의 주장은 틀린 내용으로 명예훼손 및 중상에 관한 법에 저촉된다고 밝혔다.
서한에서 그는 "총리는 공공 정책에 관한 문제를 놓고 폭 넓은, 활발한 토론을 지지한다"며 "그러나 귀하의 발언은 공정한 토론의 범위를 완전히 넘어서 내 고객의 개인적 명예를 훼손하고 총리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지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쉬어 대표는 이날 포터 변호사의 서한을 받았다고 확인하면서 정면 대응할 뜻을 밝혔다.
쉬어 대표측 피터 다우너드 변호사는 트뤼도 총리측 고소 위협이 "전적으로 부질없는 일"이라고 규정하고 "총리가 공적으로 엄청나게 중요한 사안에 관해 토론을 잠재우려고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쉬어 대표는 결코 위협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쉬어 대표는 나아가 총리가 고소를 실행해 법정 다툼이 벌어져도 무방하다는 태세인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로서 방어를 위해 증거를 요구, 제시하고 트뤼도 총리와 관련 측근들이 증인 선서 상태로 진술토록 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쉬어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전력을 다해 스스로를 방어할 것"이라며 "즉각 제소를 실행하라"고 공세를 폈다.
총리실은 성명을 내고 "쉬어 대표에게 완전히 잘못된 사실과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데 대해 후과가 있을 것임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과거 총리가 야당 대표를 상대로 제소 위협에 나선 것은 드물지만 전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10여 년 전 보수당 정부 시절 스티븐 하퍼 총리가 예산안 투표 과정에서 무소속 의원을 매수했다는 자유당 주장에 대해 350만 캐나다달러(약 30억4천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이후 취하했다.
또 지난 1998년 장 크레티엥 총리가 돈을 받고 친구를 상원 의원으로 지명했다는 야당 대표의 주장을 제소했으나 역시 취하했다.
jaey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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