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국식품 바이어의 고언…"유자 수입가 올라가 韓유자차 위기"
(상하이=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한류 아이돌이 좋아서 한국식품에 열광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중국에서 한국식품을 팔려면 기술과 부가가치를 높여야 합니다."
중국에서 한국 유자차·주류 등을 수입하는 현정옥(55) 대련대관무역 총경리(대표에 해당)는 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대중 농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한 농식품 진출기업·수입업체 초청 간담회'에서 중국 내 '한류 황금기'는 끝났다고 말했다.
현 씨는 "1990년대에는 (중국과 한국식품의 기술 격차가) 20∼30년에 달해 한국식품이 잘 팔렸다"며 "그런데 지금은 중국 식품도 좋아졌다. 유기농·친환경 등 중국에서 만들 수 없는 제품을 들여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중국 현지 바이어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한국 농식품의 수출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2017년 한·중간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갈등이 불거지기 이전에는 한류의 인기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사드 한파' 이후 침체 일로를 겪다가 최근에야 비로소 한국 농식품 수출이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한류의 인기도 중국 내에서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한국 농식품 수출도 자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쪽으로 국면을 전환해 새로운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이다.
이개동(47) 빙그레 상해 법인장도 "사드 사태 이전에는 한류 스타 마케팅을 강화해달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지금은 한류가 들어올 수도 없고, (한류 스타와) 광고 계약을 하더라도 당국이 허가를 해 주지 않아서 이를 활용할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서 자체 광고 마케팅 활동을 많이 해서 자체적으로 살아남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며 "그러다 보니 돈이 더 많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후변화 등으로 한국 내 유자 생산량이 줄어 가격이 폭등하는 바람에 주요 대중 수출 품목인 유자차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우려도 나왔다.
중국인 고무창(52) 진풍식품 총경리는 "지난해 유자차 원가가 크게 올라 수입가도 올라갔다"며 "이 상품 (수입을) 유지하고 싶지만, 현지 유통채널은 원래 가격을 유지하려 한다. 몇 년을 애지중지하며 수입해 온 브랜드를 이대로 죽게 할 수는 없어 한국 정부에 지원을 해 주십사 하고 얘기하러 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1∼3월 대중 유자차 수출액은 379만2천 달러(약 43억2천477만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 442만7천 달러(약 50억4천899만원)보다 14.3% 줄어들었다.
김상진 농식품부 수출진흥과장은 이에 "길게 보면 유자 식재 면적을 늘린다든지, 바뀐 기후에 맞는 지역을 찾아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라며 "단기적으로는 판촉 지원 등 간접 지원으로 업체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농산물을 새로 수입하고 싶다는 현지 바이어의 목소리도 나왔다.
중국인인 조금차(43) 애니웨이 총경리는 "올해는 주로 한국에서 포도와 버섯 등을 수입하려 하는데, 기회가 된다면 파프리카도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중국 시장에서도 파프리카는 싸지 않고, 채소 가운데에서는 꽤 높은 가격이다. 한국 파프리카 재배 기술이 아주 잘 돼 있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진 과장은 "파프리카는 올해 안으로 중국 측과 타결을 바라보고 있다"며 "얼마 전 한중 실무 협의에서도 (검역 통과를) 촉구했다. 특별한 이변이 없다면 올해 안에 되지 않을까 우리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도 그 건(파프리카)에 대해서 특별히 강조한 바 있다"며 "올해 타결을 목표로 실무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사드 사태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지만 중국 측의 비관세 장벽이 여전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까다로운 식품 관련 규정이 우리 업체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종가집' 김치를 수출하는 대상은 중국 측이 '발효식품'이라는 표현을 문제 삼았다고 털어놨다. 중국 당국이 발효식품에 허가한 첨가제는 '아스파탐' 뿐인데 우리 김치에 '소르비톨'·'잔탄검' 등 다른 소재를 넣었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오병석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우리 측 기준과 조화를 이루도록 중국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며 "정부도 우리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해 관계 부처와 힘을 모아 중국의 비관세 장벽을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ts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