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안보장관 경질도 막후 역할 보도…'트럼프 복심·책사'로 불리며 실세 군림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이민·국경 문제를 담당해온 커스텐 닐슨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 경질 파문으로 백악관의 숨은 실세이자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설계자로 잘 알려진 스티븐 밀러(33) 선임고문의 막강한 '힘'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도 불리는 밀러 고문은 닐슨 장관을 비롯해 행정부 내 이민 담당 고위직들의 숙청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핵심 전략인 이민 문제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실망한 밀러 고문이 더 강경 노선으로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3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CNN 방송도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밀러 고문에게 멕시코 국경 관련 정책에 대한 전권을 맡겼으며, 그 결과로 "거의 조직적인 숙청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책 보좌 및 연설문 작성 등의 역할을 하는 밀러 고문은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설계·입안·실행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민 이슈에 관한 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가장 입김이 센 인사로 꼽힌다.
특히 2012년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행정명령인 '불법체류 청년 추방 유예제도(DACA·다카)'를 존속시키는 대가로 국경장벽 예산을 확보하려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무산시킨 것도 밀러 고문이라고 미 NBC방송은 전했다.
NBC는 "밀러는 이민정책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 내부 전투에서 항상 우위를 점했다"면서 "현재 그와 대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민자들에게 적대적인 밀러 고문의 시각은 10대 시절부터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밀러 고문은 16세이던 2002년 지역지 '산타모니카룩아웃'에 기고문을 내 "매우 적은 수의 히스패닉 학생들이 우등반에 올라간다. 학교가 모든 공지를 스페인어와 영어로 적어 발표함으로써 영어를 못 하는 사람들에게 '목발'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고교 졸업 후 듀크대학에 진학해서도 대학 신문인 '듀크 크로니클'에 이민과 다문화주의에 비판적인 '크리스마스에 대한 전쟁' 등의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학 졸업 후 제프 세션스 상원의원(1997∼2017)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세션스가 트럼프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으면서 자연스럽게 트럼프 후보를 돕게 됐다.
미국 언론은 닐슨 장관 경질 외에 트럼프 행정부 들어 논란이 인 일부 '인사 파동' 배후에 밀러 고문이 있는 것으로 의심한다.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일 론 비티엘로 신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의 지명을 돌연 철회하며 더 강력한 이민정책 시행을 천명한 데에도 밀러 고문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그는 또 2017년 5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을 파헤쳐온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해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인물로 지목됐다.
이 일로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사법 방해 의혹에 휩싸였고, 밀러 고문은 로버트 뮬러 특검의 소환조사까지 받았다.
그는 이민정책 외에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반(反)나토 등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정책에 두루 영향을 끼치면서 미국 언론으로부터 '대통령의 귀를 소유한 사람', '트럼프 책사' 등의 별칭을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연설문도 그의 손을 거쳤다.
'미국인에 대한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는 자극적인 문구가 들어간 트럼프 대통령 취임사는 물론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한 당시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한 국회 연설문도 그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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