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차 타고 진화·구조·간식 제공 등 '든든한 후방 지원'
(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강원도를 뒤덮은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관들이 적재적소에서 활약을 펼친 데에는 토박이 의용소방대원들의 도움이 컸다.
지난 4일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산불을 끄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소방차 820대가 어둠을 뚫고 속초와 고성, 강릉과 동해 현장으로 달려왔다.
당시 현장은 피해 규모조차 확인하기 벅찬 긴급신고가 빗발쳤고, 불길은 마치 '도깨비불'처럼 수십∼수백m 건너까지 옮겨붙었다.
하지만 현지 지리를 모르는 탓에 지시를 내려도 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도로가 온통 연기로 뒤덮여 내비게이션을 켜도 찾기가 어려웠다.
특히 강릉 옥계지역은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아 어려움이 더 컸다.
이때 옥계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이 소방차에 탑승해 '길잡이' 역할을 했다.
"깜깜한 밤인 데다 좁은 농로가 많아요. 내비게이션이 있어도 큰 차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알긴 어렵죠."
여성의용소방대원들은 전국에서 온 소방관들과 함께 불길을 쫓고, 미처 대피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구하고, 지친 남성 대원들을 위해 밤새도록 생수·라면·빵·김밥 등을 공수했다.
옥계 여성의소대 24명 중 5명이 산불로 피해를 보고, 1명의 집은 완전히 타버려 보금자리를 잃었으나 현장을 떠나지 않고 후방에서 지원사격을 했다.
김춘녀(54) 옥계 여성의용소방대장은 "시골이다 보니 소방대 일만 할 수 없고 대민봉사도 해야 했다"며 "아는 사람 모두에게 전화 걸고, 돌아다니면서 소리 지르고, 깨워서 대피시키고, 교통통제를 하고, 정말 불 끄는 것 빼고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는 그래도 조금씩 눈을 붙이면서 했는데 남성 대원들은 잠도 못 자고 고생했다"며 남성 대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의용소방대는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이 소방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소방조직이다.
화재 등 재난 상황 시 소집되며 필요한 경우 상근하기도 한다.
전국의용소방대와 강원도의용소방대는 불이 꺼진 뒤에도 피해지역을 찾아 복구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강원도소방본부는 "항상 소방활동에 큰 도움을 주는 의용소방대에게 감사하다"며 "의용소방대의 활동이 진화에 큰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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