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실명위험 '황반변성'…놓쳐서는 안 될 경고신호

입력 2019-04-10 07:00  

[명의에게 묻다] 실명위험 '황반변성'…놓쳐서는 안 될 경고신호
고령화에 황반변성 환자 급증…"건물이 구부러져 보이면 의심증상"
항산화제 복용하면서 식이조절·운동으로 비만 막아야

(서울=연합뉴스) 박운철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 김길원 기자 = 눈의 황반은 망막이라는 안구 내 신경층의 중심부로, 시력의 대부분을 담당한다. 빛을 감지하는 고도의 기능을 가진 광수용체가 이곳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황반 부위가 손상돼 시력을 잃는 '황반변성'이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황반변성 환자는 2014년 10만1천694명에서 2017년 16만4818명으로 3년 새 62%나 급증했다.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망막증과 함께 실명을 일으키는 3대 안과 질환이다. 황반변성은 크게 망막의 광수용체와 세포들이 죽는 '건성(비삼출성)'과 황반 아래 맥락막에서 새 혈관이 자라는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큰 문제는 습성 황반변성이다. 이 질환은 비정상적으로 생성된 '맥락막 신생혈관'에 의해 망막 가운데에 위치한 누르스름한 반점인 황반이 손상돼 시력이 저하되면서 실명으로 이어진다.
반면 건성의 경우 시력 저하가 천천히 진행하다가 습성으로 악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건성 단계는 황반 조직의 왕성한 활동으로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인 노폐물인 '드루젠'이라는 물질이 황반부에 쌓이는 시기다. 이때는 시력 저하가 거의 없지만 습성이 되면서 맥락막에 이상 혈관이 생기고 이로 인해 출혈, 부종 등으로 시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이다.
황반이 변성되는 대표적인 원인은 노화다. 이런 노인성 황반변성은 일반적으로 40∼50대 중년 이후 발생 확률이 높다. 실제 2017년을 기준으로 보면, 30대 황반변성 환자는 3천452명에 그쳤지만 40대는 1만2천270명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에게 노화에 의한 황반변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에게서 가족력, 흡연 습관, 빛에 의한 손상이 노화와 더해져 황반부에 변성이 유발된다. 특히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견줘 황반변성이 발생할 위험이 50%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은 시력이 떨어지고, 부엌이나 욕실의 타일, 건물 등의 사물이 구부러져 보이는 '변형시'가 가장 큰 특징이다. 망막 밑에 생긴 신생혈관의 증식과 이로 인한 출혈이 망막을 구부러지게 만드는데, 편평해야 할 망막이 볼록하게 솟아올라 시력의 이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더 진행하면 시야의 중앙 부위에 안 보이는 부분이 발생하는 '중심압점'이 생긴다. 다른 부위보다 상대적으로 어둡거나, 전혀 안 보이는 작은 부위가 나타난다.
여기서 주의할 부분은 초기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 먼저 발병한 경우 반대쪽 눈을 사용함으로써 이상 증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고령 환자의 경우 노안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따라서 ▲ 사물의 형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 욕실 타일이나 중앙선 등이 굽어 보인다 ▲ 책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생긴다 ▲ 명암을 잘 구별 못 한다 ▲ 시야 중앙에 검은 점이 생긴다 등의 증상에 해당한다면 안과를 찾아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안과에서는 먼저 시력감소 정도를 확인한 후 눈을 최대 40배까지 확대해 볼 수 있는 '세극등검사'를 시행한다. 여기서도 특별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으면 망막의 이상으로 인한 시력감소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눈의 동공을 확대하는 '산동제'를 점안하고 눈 속을 들여다본다.
황반변성의 가장 중요한 검사는 '빛간섭단층촬영술'이다.
이 검사는 망막의 단층을 정확하게 촬영할 수 있어 황반변성의 침착물(드루젠)이나 맥락막 신생혈관과 같은 변화를 직접 시각화할 수 있다.
정맥 내로 형광염색물질을 주입하고 형광물질이 눈에 들어오는 시간에 맞춰 안저를 촬영해 망막의 혈관 상태를 정밀하게 보는 '형광안저혈관조영술'이나 맥락막 혈관을 더욱 잘 알아보기 위해 '인도사이아닌그린혈관조영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황반변성은 완치가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조금이나마 위험요인을 줄일 수 있다. 또 발병 후일지라도 관리를 잘 하면 시력 저하 속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다.
초기 건성 황반변성으로 진단받았다면, 1년에 한 번 안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중기 건성 황반변성은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는 게 목표다. 중기와 어느 정도 시력이 남아있는 말기 황반변성 환자에게는 미국 국립안연구소 연구결과(AREDS)를 근거로 항산화제(루테인, 지아잔틴, 비타민C, 비타민 E, 아연, 구리)가 다양하게 포함된 식이 보충제가 권고된다.
습성 황반변성이 시작되면 시력 보존을 위해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변성이 일어난 부위 경계를 명확히 알 수 있으면 레이저로 비정상 신생혈관을 파괴한다. 광역학 치료는 황반의 중심부에 신생혈관이 있어 레이저 치료가 적당치 않은 경우에 사용한다. 일단 약을 주사한 후 레이저 빛을 쏘이면 활성화된 약이 신생혈관을 파괴하는 원리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치료는 혈관 형성을 저해하는 항체를 눈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다른 치료법보다 탁월한 치료 효과를 보이고 시력 유지는 물론 일부 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주사를 장기적으로 맞아야 하고, 비싼 게 흠이다.
대부분의 황반변성 환자는 건성 단계에서 진단을 받지만, 수년 내로 습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려면 항산화제를 꾸준히 복용하면서 식이조절과 규칙적인 운동으로 비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반드시 금연하고 야외 활동을 할 때는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 박운철 교수는 200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15년 서울대병원 안과 교수로 부임했다. 망막, 유리체, 포도막 질환에서 뛰어난 실력과 연구업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젊은 연구자다. 2014년에는 황반변성에 대한 유전적 위험과 약리학적 연관성을 논문으로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대한안과학회에서는 홍보 간사를 맡아 눈 건강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bi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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