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나무 밑동처럼 잘라낸 두 뿔, 붉은 피부, 노란색 눈동자 그리고 거대한 오른손까지.
범상치 않은 외모를 지닌 다크 히어로 '헬보이'는 한국 관객에게는 다소 낯선 캐릭터다. 영화 '마스크' '300' '씬 시티' 등을 배출한 다크호스 코믹스가 원작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이 원작을 토대로 '헬보이' 1, 2를 2004년과 2008년 각각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얻진 못했다.
10일 개봉한 '헬보이'는 기존 시리즈와는 별개인 리부트(원작의 골격만 차용하고 새로 해석한 이야기) 버전이다.
이 작품에 흐르는 주요 정서는 모순과 반전이다. 헬보이의 태생부터가 그렇다. 나치의 음모로 지옥에서 인간 세상으로 나온 헬보이는 악마의 혈통이면서도 '정의의 사도'로 키워졌다. 악을 상징하는 뿔을 스스로 잘라내고 선의 편에 서서 악과 싸운다. 출생의 비밀을 뒤늦게 알게 된 헬보이는 정체성 고민에 휩싸이고 악과 선 사이에서 고민한다.
외모는 '비호감'이지만, 성격은 그 반대라는 점도 반전이다. 헬보이는 아기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초자연적 현상연구 방어국(BPRD) 수장 브롬 교수(이안 맥쉐인)를 아버지라 부르며 믿고 따른다.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면서도 가끔 응석을 부리기도 한다.
유머와 인간미도 뿜어낸다. 마녀 블러드퀸(밀라 요보비치)의 계속된 구애에 "우리는 궁합이 안 맞아"라고 능청을 떠는가 하면, 커다란 오른손에 핸드폰이 망가질 때마다 심통을 부리는 모습은 '악마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DC와 마블 히어로 이외에 새로운 히어로에 목마른 관객이라면 반색할 만하다.
영화는 서기 517년, 마녀 블러드퀸이 아서왕에게 패해 몸이 6조각 난 채 봉인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BPRD 소속 비밀요원이 된 헬보이는 영국의 한 비밀단체 괴수 사냥을 도우러 갔다가 되려 공격을 당한다. 그런 가운데 조각난 몸을 되찾고 현대에 부활한 블러드퀸은 전 세계에 역병을 일으켜 인류를 파멸시키려 하고, 헬보이의 '악마 본성'을 일깨워 그와 손을 잡으려 한다.
리버트 버전은 원작자 마이크 미뇰라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 원작 분위기와 개성을 살렸다. 판타지와 드라마, 화려한 액션을 정신없이 오가며 혼을 쏙 빼놓는다. '19금'다운 핏빛 액션도 펼쳐진다.
헬보이가 일명 '파멸의 오른손'으로 초자연적 괴수들과 싸울 때는 목과 사지가 댕강 잘려나가고 스크린이 피로 물든다. 그런데도 잔혹하거나 그로테스크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판타지적 요소가 강하고 경쾌한 음악이 흘러나오면서 오히려 컴퓨터 게임 영상 같은 인상을 준다.
미션을 달성하고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거인부터 각양각색의 적수가 새롭게 나타나는 식이다. 다만, 가장 하이라이트인 블러드퀸과 헬보이 결투는 다소 싱겁게 그려지는 편이다.
재규어로 변신하는 능력을 지닌 BPRD요원 벤 다이미오와 죽은 자의 영혼을 불러오는 소녀 앨리스의 활약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벤 다이미오는 한국계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연기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보안관으로 출연한 데이비드 하버가 헬보이 역을 맡았다. 그는 헬보이로 변신하기 위해 매일 2시간씩 분장을 하고, 20분마다 안약을 넣었다는 후문이다.
'왕좌의 게임 시즌 2'를 연출한 닐 마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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