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현재 프로야구 KBO리그엔 평균자책점 0점대인 투수가 두 명 있다.
LG 트윈스의 1선발인 우완 타일러 윌슨(30)과 SK 와이번스 5선발 우완 문승원(30)이 주인공이다.
윌슨은 3경기에 선발 등판해 21이닝을 던지는 동안 자책점 1점만 기록해 평균자책점 0.43을 올렸다.
10개 구단 최강의 5선발이라는 문승원은 2경기에서 14이닝 동안 역시 자책점 1점만 남겨 평균자책점 0.64를 기록했다.
시즌 초반 기록에 큰 의미를 두긴 어렵지만, 서른 살 동갑내기 두 투수의 2019년 출발이 남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여러 구종 중에서도 커브가 두 투수의 상승세를 이끄는 무기다.
'땅볼 투수' 유형인 윌슨은 투심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던진다. 구종 구사 비율은 35%에 달한다.
그다음으로 커브를 많이 택한다. 커브의 비율은 29%나 된다. 빠른 볼과 체인지업의 비율은 합쳐봐야 27%로 두 구종에 못 미친다.
야구인들은 메이저리그 타자만큼이나 적극적이면서도 일본프로야구의 작전 수행 능력도 겸비한 우리나라 타자들에겐 땅볼을 유도하는 이방인 투수가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KBO리그 2년 차인 윌슨은 작년보다 속구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줄이고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를 높이는 것으로 레퍼토리를 바꿨다. 두 구종의 비중은 지난해보다 20% 이상 상승했다.
LG에서 성공을 거두겠다는 윌슨의 다짐은 작년 한국 땅을 밟을 때부터 확실했다.
정택기 LG 운영팀장은 10일 "구단 관계자가 작성한 스카우팅리포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윌슨이 한국행을 강하게 희망했다는 점이었다"며 "메이저리그에서 불안한 처지에 있는 것보다 다른 리그에서 경험도 쌓고 기량을 더욱 키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소개했다.
이미 부인이 쌍둥이를 잉태한 상태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윌슨은 현 소속팀과 각별한 인연에도 반색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팀에 융화하는 능력(케미스트리), 팀을 먼저 생각하는 정신(팀 퍼스트)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선수"라며 "윌슨도 LG에서 오랫동안 뛰기를 원해 지금처럼만 해준다면 KBO리그에서 지도자를 맡겨도 될 것"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올해 새로 팀 동료가 된 투수 케이시 켈리, 타자 조미 조셉의 한국 적응을 위해 그라운드 안팎에서 솔선수범하는 윌슨의 모습에 LG 관계자들은 크게 반했다.
SK 전력분석팀의 문승원 평가는 더욱 구체적이다.
문승원의 구위가 작년에도 좋았지만, 올해엔 타자와의 대결 요령에서 한 단계 발전했다고 입을 모은다.
문승원도 커브를 유용하게 사용한다.
박윤성 SK 데이터분석원은 "문승원이 높은 직구, 우타자 바깥쪽 슬라이더와 커브를 낮게 잘 활용한다"며 "높은 직구를 던지고 바깥쪽 낮게 슬라이더나 커브를 던지면 궤적 상 직구처럼 오다가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볼의 낙폭을 활용해 타자의 눈을 현혹할 줄 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얘기다.
한승진 SK 전력분석원은 "지난해엔 항상 타순 한 바퀴 돈 시점에서 너무 타자들과 어렵게 대결하다 보니 볼넷을 남발해 위기를 자초했다"며 "올해엔 이제 두 경기 치렀지만, 문승원이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까지 타자를 범타로 요리한다는 생각으로 던지니 스트라이크 비율도 높아지고 결과도 나아졌다"고 평했다.
프로 각 팀은 다음 주면 9개 팀과 한 차례씩 대결을 마치고 두 번째 대결로 들어간다.
상대 팀이 더욱 날카롭게 분석의 칼을 들이밀 때 윌슨과 문승원이 대응할지 궁금해진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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