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즐기는 장애아 보며 보람…돌봄보다 자립 지원이 우선"

입력 2019-04-14 07:00  

"스키 즐기는 장애아 보며 보람…돌봄보다 자립 지원이 우선"
체조 선수 출신 김소영 서울시의원, 장애 딛고 시의회서 활약
"사회서비스원, 당사자 아닌 제공자 중심…장애가 상처되는 사회 되지 않길"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지난 2월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서는 지체장애인을 위한 스키 캠프가 열렸다.
평소 휠체어에 의지해야 했던 장애 아동 20여명이 캠프에서만큼은 스키에 몸을 싣고 거침없이 설원을 누볐다.
흐뭇한 모습으로 현장을 지켜본 이들 가운데 김소영(48) 서울시의원이 있었다. 그 역시 전동 휠체어 없이는 가동이 자유롭지 못한 장애인이다.
휠체어를 벗어나고픈 아이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서울시, 서울시장애인체육회와 함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번 캠프를 마련했다.
김소영 의원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장애인들은 여가 활동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며 "장애인을 위한 문화·스포츠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친김에 5월에 열흘 정도 미국으로 장애인 스포츠 프로그램 연수를 떠난다. 가능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같이 가 한국에서도 장애인 가족이 스포츠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그에게 장애와 스포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다.
체조 유망주였던 그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훈련 도중 이단 평행봉에서 떨어져 장애를 입었다. 이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귀국 후 장애인체육회와 한국척수장애인협회 등에서 활동하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바른미래당 비례대표로 서울시의회에 들어왔다. 현 10대 시의회에서 장애인은 그가 유일하다.
소속 상임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지만 장애인 업무를 담당하는 보건복지위원회와도 교류하는 일이 잦다.
그가 특히 관심을 쏟는 대상은 장애인 아동이다.
김 의원은 "다치고 나서 병원에서 다양한 장애를 지닌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른 장애 특성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며 "아이들은 어른보다 상처를 잘 받는데 정작 정책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장애가 상처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그는 장애인 정책의 주요 과제로 당사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을 꼽았다.

김 의원은 "사회 약자들이 아무리 목소리를 내도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나마 의회에 들어오니 최소한 들어주려고는 하더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최근 출범한 돌봄 전담 공공기관 사회서비스원에 대해서도 "당사자가 아닌 제공자 중심"이라며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김 의원은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활동 보조인의 처우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전문성을 갖춘 활동지원사 양성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손이 많이 가는 중증 장애인은 활동 지원사를 구하기 어려운 만큼 사회서비스원이 중증 장애인 활동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돌봄'이란 표현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애초 활동지원사 제도는 장애인이 독립적이고 자주적으로 살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는데 사회서비스원에서 노인 장기요양과 묶이다 보니 장애인도 돌봄 대상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그의 또 다른 과제는 장애인 콜택시 개선이다.
평소 출퇴근 때 자주 이용하지만, 대기자가 많다 보니 매번 언제 올지 예측이 안 된다고 했다. 몇 시간씩 기다리는 일은 비일비재다. 콜택시가 늦어져 지난해 상임위 송년회도 가지 못했다. 그가 우스갯소리로 '장애인 콜택시가 가장 무섭다'고 하는 이유다.
김 의원은 "장애인 정책과 제도는 선진국에 뒤지지 않는데 실제 운영에는 미흡한 면이 많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돌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고 힘줘 말했다.
체육인으로서 서울시에 체육박물관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그는 "체육인이란 사실을 오래 잊고 살았는데 상임위 활동을 하니 그런 것이 많이 살아난다"며 "스포츠 역사를 돌아보고, 아이들이 체육을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이 생기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okk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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