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車 등 수요 부진 탓…실적시즌 뒤 주가도 하락할 듯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수요 둔화에 직면한 가운데 미국 반도체 업체들이 1분기에 16.5% 하락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국 CNBC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BC는 금융정보 제공업체 리피니티브의 데이터를 인용해 실적 발표가 임박한 반도체 업계의 1분기 성적표를 이같이 전망했다. 이런 관측이 현실화할 경우 반도체 업계는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게 된다.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은 2분기에 또다시 20.8% 감소하고 3분기에도 18.4%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장비업체들도 마찬가지다. 리피니티브는 1분기 장비업체 실적이 36.4%나 감소하고 2분기에도 비슷한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4분기에는 실적 감소 폭이 약 4%에 그칠 것으로 관측했다.
애널리스트들은 PC에서 스마트폰,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수요가 감소할 전망이어서 일부 반도체 업체들이 더 부진한 실적 전망(가이던스)을 내놓을 가능성도 크다고 내다봤다.
알파원 캐피털 파트너즈의 공동 설립자인 댄 나일스는 스마트폰의 판매 감소가 반도체 산업의 주요 문제라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은 반도체 수요의 25%를 차지하는데 소비자들은 신형 5G(5세대) 모델의 출시를 기다리며 구매 시기를 늦추고 있다.
반도체 수요의 10%를 차지하는 PC는 2012년 이후 줄곧 감소세이고, 15%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서버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가겠지만 그 폭은 둔화할 것으로 나일스는 예측했다.
또 15%를 차지하는 자동차의 경우 지난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나타났다. 올해 자동차 판매는 또 감소할 전망이다.
악화한 실적은 올해 들어 승승장구해온 미국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도 끌어내릴 수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기술(IT)주 지수는 8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날의 매도 이후 33%나 올랐다.
특히 반도체 업체의 주가는 기술주의 평균 상승폭을 웃도는 성적을 냈다.
실적 악화 전망 속에서도 반도체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보여온 데 대해 시장은 미·중 무역협상이 타결될 것이란 기대, 하반기에 실적 개선(턴어라운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 때문이라고 해석해왔다.
하지만 나일스는 "사람들은 전부 중국(무역협상) 얘기만 한다. 하지만 그게 글로벌 성장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는다. 무역협상이 타결된다고 사람들이 달려나가 5G 스마트폰을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나일스는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금리 인하를) 끝냈고 중국과의 무역협상이 타결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면서도 "나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겠다. 이미 세계 경제는 둔화하고 있다"고 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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