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지적장애 피고인, 분노에 의한 우발적 범행…원심 형량 무거워"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헤어진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아버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20대가 항소심에서 감형됐다.
부산고법 형사2부(신동헌 부장판사)는 10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A(21)씨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사전에 흉기를 소지한 A씨가 계획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보고 특별가중인자를 적용했다"며 "하지만 지적장애 4급에 사회적 연령이 13세인 A씨가 교제 도중 예전 남자친구를 만난 여자친구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범행 당시 행동이나 상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점, 여자친구가 아닌 여자친구 아버지를 먼저 찌른 점, 한 차례 자상에 경동맥이 끊어져 숨진 점, 다른 가족을 폭행할 때 흉기를 소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치밀하게 계획된 범행으로 보기 어려워 원심 형량이 무겁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6월 18일 오전 7시께 전 여자친구 B씨 집 앞에서 출근하는 B씨 아버지(53) 목 부위를 흉기로 찔렀다.
B씨 아버지는 흉기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A씨를 몸으로 막다가 피를 많이 흘려 숨졌다.
A씨는 이어 집 안에 들어가 B씨와 어머니, 남동생을 주먹으로 폭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자 형량이 무겁다며 항소했다.
1심은 "피고인이 지적장애 4급으로 병역면제처분을 받는 등 전체 지능이 낮은 사실을 인정하지만, 범행 경위와 이후 정황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헬스 트레이너로 사회생활을 해온 점을 고려하면 비정상적인 정신상태에서 범행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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