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바레인 '지지' vs 터키·카타르 '비판'
이라크 "중동 내 긴장 줄여야"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예군 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미국 정부의 결정이 중동에서 리트머스 시험지가 됐다.
중동 각국이 미국과 이란에 대한 자신의 시각과 정책의 색깔을 드러내면서 엇갈리게 반응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맹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9일(현지시간) 중동 아랍권에서 가장 먼저 미국의 조처를 대환영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국영 SPA통신을 통해 이날 "미국의 결정은 이란이 지원하는 테러리즘에 맞서기 위해 사우디가 국제사회에 계속 요구했던 내용을 반영했다"며 "이란의 역내 개입을 막는 실질적이고 중요한 조처다"라고 발표했다.
같은 날 살만 국왕이 주재한 내각 회의를 통해 "국제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이란 혁명수비대의 역할에 맞서 국제사회가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미국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란의 적성국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도 8일 미국 정부가 테러조직 지정을 발표한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이 나의 또 다른 요구를 받아줘 고맙다. 이 요구는 우리나라와 중동 내 국가의 이익에 기여할 것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이를 두고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총선을 하루 앞둔 네타냐후 총리에게 부적절한 선물을 선사했다"고 비꼬았다.
사우디의 대외 정책에 항상 동조하는 바레인 정부도 9일 이란 혁명수비대의 테러조직 지정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바레인은 국내 시아파 반정부 조직의 배후를 혁명수비대라고 의심한다.
반면 터키와 카타르는 미국의 조처를 비판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9일 이스탄불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외무장관과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이란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라는 맥락만 고려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며 "그런 결정은 중동을 불안정하게 하는 데다 그렇게 국제법을 한 번 벗어나면 언제 그만둘지 알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시리아 내 혁명수비대의 활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면서도 "어느 나라도 다른 나라의 정규군을 테러조직이라고 선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알사니 장관도 "다른 나라의 군대를 제재로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란과 지정학적 관계가 밀접한 이라크의 아델 압델-마흐디 총리는 9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 사우디 측에 연락해 테러조직 지정을 막으려 했다"며 "긴장이 고조하면 우리 모두 패자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의회에는 혁명수비대와 직결된 정파가 두 번째로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정규군과 맞먹는 전력을 지닌 시아파 민병대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는다.
따라서 이들 정파와 군사 조직이 이번 미국의 조처에 반발하면 이라크가 불안해질 수 있다. 이라크에는 미군도 5천200명 정도 주둔한다.
이라크 현지 언론은 바르함 살리 이라크 대통령이 9일 바그다드에서 미 중부사령부 케네스 매켄지 사령관을 만나 중동 내 긴장을 줄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미국이 혁명수비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자 미 중부사령부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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