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 문 열어놓은게 화근…법령정비해도 견주노력 없으면 허사
"개가 공격시 가방 등으로 최대한 막고 손으로 귀·목 감싸야"
(안성=연합뉴스) 최종호 권준우 기자 = 경기 안성시에서 산책 중이던 60대 여성이 도사견에 물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맹견에 대한 공포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불과 1년 6개월전 유명 한식당 대표가 이웃집 연예인 가족이 기르는 맹견에 물려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맹견의 목줄·입마개 착용에 대한 법령 정비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어느새인가 맹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10일 오전 7시 55분께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의 한 요양원 인근 산책로에서 1.4m 크기의 수컷 도사견이 A(62) 씨를 덮쳤다.
이 도사견은 요양원 원장 B(58) 씨가 키우는 개로, 개장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사이 근처를 지나던 A 씨를 공격한 것으로 경찰조사에서 파악됐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가슴과 엉덩이 등을 수차례 물린 A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흥분한 맹견을 말리던 요양원 부원장 C(44) 씨도 다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개장 청소 때 개를 확실하게 묶어두든지, 입마개를 채워서 만일의 피해에 대비하는 노력이 있었다면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로 보인다.
사망에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지난 2월 23일에는 강원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실외 놀이터에 있던 진돗개가 4살 남자아이를 물어 5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히기도 했고,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60대 여성이 도로를 걷다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 다리를 물려 다치기도 하는 등 최근 들어 개물림 사고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개 물림 사고로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6천883명으로 매년 2천 명 이상이 사고를 겪고 있다.
특히 야외활동이 많아지는 5월부터 10월까지는 개에 물려 119에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월평균 226명에 달한다.
이런 통계로 고려하면 최근 날씨가 포근해 지면서 산책 등 야외활동 때는 개물림 사고에 대한 주의가 요망된다.
개 물림 사고가 잇따르자 국회는 지난 2017년 10월 전체회의를 열어 맹견관리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가결하고 견주의 관리의무를 확실히 했다.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시키지 않아 사람을 다치게 한 견주에게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이, 사망에 이르게 할 경우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해 처벌규정을 강화했다.
지난해 3월부터는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나 맹견에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위반한 소유자에 대한 과태료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강화된 규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위협을 느낀 시민이 반려견 목줄 미착용 건을 경찰에 신고해도 개 주인이 현장을 떠나거나 단속을 거부하면 강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려견의 불편 등을 이유로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을 시키지 않는 견주들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개 물림 사고를 당했을 경우 근육이나 혈관, 신경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2차 피해 가능성도 있다.
개가 공격해오면 가방이나 옷 등으로 최대한 막고, 넘어지면 몸을 웅크리고 손으로 귀와 목 등을 감싸야 한다.
소방 관계자는 "개에 물렸을 경우 흐르는 물에 상처를 씻어주고 거즈 등으로 출혈 부위를 압박하는 게 좋다"며 "공격성을 보이는 개가 주인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보면 접근하지 말고 지체 없이 119에 신고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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