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당번제 갑질 의혹 세무서장 둘러싼 진실공방

입력 2019-04-11 09:15   수정 2019-04-11 16:44

저녁식사 당번제 갑질 의혹 세무서장 둘러싼 진실공방
세무서장 "과장들이 알아서 했다"…국세청도 "문제없다" 논란 키워
시민단체 "순번 정해 밥 먹은 자체가 갑질에 혈세 탕진"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대구지역 모 세무서장의 갑질 논란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11일 세무 관계자들에 따르면 A 세무서장은 연초 부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부하직원들에게 순번을 정해 저녁 자리를 마련하도록 1년 치 당번표를 미리 짜뒀다.
참석자 일부는 원치 않는 결제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세무서 관계자 B씨가 연합뉴스에 전달한 내부 자료에는 지난 1월 14일부터 오는 12월 19일까지 매주 월·화·목요일에 각 과가 세무서장과 저녁 식사 시간을 갖도록 일정표까지 작성한 사실이 확인됐다.

운영지원과, 개인 납세 1·2과, 재산법인세과, 조사과, 납세보호담당관 6개 부서가 순서대로 열두달 내내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돼 있다.
때마다 과장들은 자신이 데리고 있는 팀장과 직원 몇몇을 참석시켰다.
이 자료는 운영지원과장이 각 과장에게 암호화된 이메일로 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B 씨는 "일부 직원은 결제까지 해야 했다"며 "서장과 밥을 먹는데 누가 눈치를 안 보겠느냐"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직원들은 신원이 밝혀질 것을 우려해 자신들이 결제한 영수증을 공표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방국세청과 A 서장은 이러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국세청 관계자는 "타지에서 온 서장이 직원 얼굴조차 몰라 소통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A 서장 역시 "직원과 소통 차원에서 마련한 식사자리가 강요로 비친 측면이 있다"며 "과장들이 알아서 정한 순서로 (자신은) 어떠한 강제도 하지 않았다"고 반론했다.
이어 "매번 법인카드를 과장에게 줘 계산하도록 했다"며 "설령 다른 카드로 결제됐더라도 그 사람이 자발적으로 한 것으로 지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내부에서는 상·하급자 간 저녁 시간까지 함께하며 서로 음식 대접을 하는 문화도 일반적이란 평가가 있다.
국세청 관계자 C 씨는 "타지에서 온 서장이 혼자 밥 먹기 싫으니 직원들을 돌려가며 저녁을 챙겼다고 볼 수 있으나 윗사람 밥을 챙기는 건 내부 관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세무서장과 직원들이 퇴근 후 저녁까지 계획표를 짜는 건 이례적이라고 봤다.
은재식 우리복지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법인카드건 세무서장 개인카드건 주기적으로 순번을 정해 밥을 먹은 행위 자체가 갑질"이라고 분석했다.
은 처장은 "서장 본인이 업무추진비로 결제했어도 용도에 맞지 않고 과도하면 혈세 탕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위 파악에 나선 국세청은 현재로선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놔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국세청 관계자는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규정에 따르면 원활한 직무수행과 사교·의례를 위해서 부하가 3만원 이하의 음식을 사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A 서장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킨 근무시간 중 무단이탈에 대해 "월∼목요일 오전 15분 먼저 출근하고, 15분 늦게 퇴근해 2시간을 모았다"며 "2시간을 금요일 오후에 유연 근무로 한꺼번에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sunhy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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