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4당, 이미선 사퇴 압박 강화…청와대 인사검증 실패론 재차 강조
민주, 일단 '신중론' 속 부적격 여론 확대에 곤혹감도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과다 주식 보유와 매매 논란에 휘말린 이미선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의 거취가 11일 경색된 정국의 흐름을 좌우할 변수로 불쑥 떠올랐다.
야권은 전날 인사청문회를 끝낸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강조하며 일제히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적격·부적격 의견이 혼재돼 나오면서 어수선한 모습이다.
여권이 '이 후보자의 임명 강행'으로 가닥을 잡을 경우 갈등 정국은 한층 달아오를 전망이다. 시급한 민생·경제 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4월 임시국회가 올스톱할 수도 있다.
야권은 부부합산 35억원 상당의 주식을 보유한 이 후보자의 부적격성을 부각하며 자진사퇴를 압박하는 동시에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 경질'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최근 장관 후보자 2명의 낙마 사태에 이은 이 후보자의 문제는 청와대의 '인사 실패'라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식으로 재산을 35억원이나 만들고도 그것을 남편이 다했다고 주장하는 헌법재판관 후보는 정말 기본적인 자격이 없는 것 아닌가"라며 "즉각 사퇴하거나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의 소위 '조조 라인'(조국·조현옥 수석)은 이제 정말 퇴출해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같은 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이 후보자는 문재인 정권 인사 참사의 점입가경이요, 화룡점정"이라며 "청문회에 선 위선진보, 가짜정의 세력, 남의 사다리 걷어차는 강남좌파의 모습을 국민들이 얼마나 더 봐야 하는가"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주식으로 얼룩진 청문회'를 보는 국민들은 하도 기가 막혀서 청와대가 검증을 과감하게 '생략'한 건지 의문을 제기한다"며 "조국 수석과 조현옥 수석 등 인사 검증 책임자들이 대통령에게 조금의 면구함이라도 있다면 스스로 물러남이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민주당의 '우군'으로 분류되는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이미선 사퇴 압박'에 가세했다.
평화당은 이 후보자를 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에 빗대 '미선 로저스'라고 명명하며 사퇴를 요구했고, 정의당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후보자를 이른바 정의당 '데스노트'에 올렸다.
야당의 공세에 민주당은 고립무원 처지에 놓였다.
민주당은 일단 이 후보자의 거취를 놓고 공식적인 판단을 유보한 채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주식 보유와 매매 논란과 관련해 '위법은 없다'는 입장에 힘을 싣는 분위기이나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의견들도 만만치 않게 나오면서 신중을 기하려는 태도인 셈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립현충원 참배 후 이동 중 이 후보자와 관련해 "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를 검증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가짜뉴스'에 기반을 둔 야당의 정치적 공세로 인사청문이 변질했다며 방어막을 치는 분위기다.
이 후보자가 판사실에서 주식거래를 하고, 내부 정보로 부당 이익을 얻었다는 주장은 야당과 일부 보수언론의 가짜뉴스라는 게 이들은 판단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후보자의 부적격 여론이 퍼지면서 곤혹스러운 기류마저 읽힌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자진사퇴로 정리해서 빨리 매듭을 짓는 게 낫다"고 했고, 한 최고위원은 "전체 재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고, 주식 투자를 많이 했다는 것도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고 말했다.
장관 후보자 2명에 이어 이 후보자마저 낙마하면 정국 주도권 경쟁에서 야권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이 민주당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여론이 더욱 나빠질 경우 당에서도 부담을 느껴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지명 철회를 청와대에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방문 중인 문 대통령이 12일 늦게 귀국할 예정이어서 이 후보자에 대한 여권 전체의 판단은 다소 늦춰질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자 스스로 사퇴를 결심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또한 인사청문 정국에서 장관 후보자 낙마 이후 여권 내에서 우려가 계속 제기되는 만큼 민주당이 '강한 여당'을 표방하며 당청 관계의 변화에 속도를 높일지도 관심거리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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