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규제 완화에다 대통령이 건설허가 권한 독점
"주권·국가안보 보호책"…환경운동가·야권 강력 반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에너지 독립을 외쳐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석유, 천연가스 기간시설을 확충하기 위한 규제 완화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州) 크로스비에서 열린 유세에서 에너지 주권과 국가안보를 지키기 위한 행정명령 2건에 서명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들 행정명령은 석유, 천연가스 개발과 보급을 위한 기간시설 건축에 대한 환경보호청(EPA), 교통부 등의 규제를 완화하고 권한을 대통령에게 이관하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경 지역에서 석유 파이프라인, 도로, 철도 등 핵심 기간시설을 승인하는 절차를 신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가 생기면 관료 체계가 아닌 대통령이 최종 결정을 내릴 독자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행정명령에는 대통령이 기간시설 건립을 허가하거나 거부할 권한을 독점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국무부 장관이 허가 신청서를 받아 해당 프로젝트가 미국 외교정책 이익에 부합하는지 대통령에게 조언하게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에 대한 규제를 현대화하고 주 당국의 규제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도 다른 행정명령에 담았다고 밝혔다.
기간시설 확충을 지원하는 이런 행정명령의 배경에는 에너지 주권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비전이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미국인들이 난방을 위한 에너지에 불필요하게 높은 비용을 들이고 있다며 파이프라인의 건설이 거부된 뉴욕주(州) 등의 규제를 비판했다.
그는 "실제로 우리는 러시아 같은 나라에서 많은 기름을 사들이고 있다"며 "이는 뉴욕주를 통과할 파이프라인 건설이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런 방해는 미국의 가족과 노동자를 해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권과 국가안보를 저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풍부한 석유자원을 개발해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을 높이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대형 송유관인 다코타 액세스와 키스톤 XL 건립을 허가했고, 북극권에 있는 야생동물보호구역에 대한 석유 탐사와 개발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효시켰다는 사실이 소개됐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화석연료인 석탄 사용을 장려하는 정책에도 공을 들여 취임 후 미국의 석탄 수출량이 60% 증가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뒤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산유국으로 거듭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현재 하루 평균 원유생산량은 1천220만 배럴로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환경운동가들과 야당 정치인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화석연료 사용이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원흉으로 지목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대선경선 입후보를 추진하는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구도 파괴하지 않는 청정에너지 인프라에 대신 투자하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세에서 "매우 절실한 에너지 인프라가 특수이익집단, 기득권 관료, 급진적 활동가들에게 너무 자주 방해를 받았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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