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 비리 등 혐의 이주학 전 대표이사 구속 이후 혼란기
현대화 사업 잠정 중단에 노사 관계도 일촉즉발 위기
부산시, 5개 출자수협 지분 인수 후 별도법인 설립 운영 계획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56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 산지 위판장인 부산공동어시장이 공영화 갈림길에 섰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부산시수협 등 5개 수협이 출자해 만든 '조합공동사업법인'이 운영하고 있는데 최근 부산시가 출자수협 지분을 인수해 별도법인을 설립,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 하루 최대 위판량 3천200t 부산공동어시장
부산공동어시장은 1963년 11월 '부산종합어시장'으로 개장해 1971년 1월 20일 현재 이름으로 바꿨다.
총면적은 4만3천134㎡, 하루 최대 위판량은 3천200t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부산에 기반을 둔 5개 수협이 같은 비율로 출자해 운영하는 형태다.
이들 5개 수협은 부산시수협, 경남정치망수협, 대형선망수협,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서남구기선저인망수협이다.
직원은 70여명이다. 부산공동어시장은 이들을 중심으로 개장 이후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국내 수산물 위판의 약 30%를 책임지는 산지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1973년 현재 위치로 이전한 이후 수산물 유통시스템 등 시설 개선을 제대로 하지 않아 이용하는 데 불편을 초래해 왔다.
부산시는 2016년 10월 기획재정부로부터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비 1천729억원을 확보했다.
시는 기본 및 실시 설계를 마무리하고 올해 공사에 들어가 2022년 사업 완공을 계획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관련 사업이 잠정 중단된 상태다.
사업비 중 부산공동어시장이 마련해야 할 170억원가량 자부담(10%) 비용 마련과 대체 위판시설 부족 등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자갈치시장에서 송도 해안까지 수산식품 클러스터의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2년째 진척이 없다.
◇ 대표이사 부재 등 혼란기…이달 19일 새 대표 선출
현대화사업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부산공동어시장은 최근 몇 달간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우선, 이주학 전 대표이사가 신입사원 채용 비리와 직원 승진 비리 혐의로 지난해 11월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이긴 하나 사실상 대표이사 공백으로 현안 사업 등 주요 결정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공동어시장 전체 위판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대현선망수협이 자율휴어제 기간을 두 달에서 석 달로 연장하기로 결정했으나 어시장은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대형선망수협은 지난해 4월 29일부터 7월 1일까지 두 달간 자율 휴어제를 시행했다. 올해는 4월 18일부터 7월 16일까지 석 달로 연장하기로 했다.
그 결과 어시장 중도매인 협동조합이 올해 3월 16일 토요일 휴무하는 일까지 벌어져 고등어 위판에 차질이 벌어졌다.
이밖에 단체교섭 주체인 대표이사가 부재하다 보니 노조가 올해 3월 노조 설립 30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을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지난해 9월부터 단체교섭이 이뤄졌지만, 노사 양측이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다행히 한달여 만에 노사 양측이 교섭을 재개했고, 이달 19일 새 대표이사 선출을 앞두고 있다.
체불임금 1억9천만원 지급, 시간외수당 소급 지급, 급식보조비 인상분 적용과 소급 지급 등 3개 안 이행을 단체교섭 재개 조건으로 내놓았다.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권고안 수용과 함께 사측을 상대로 부산고용노동청에 낸 관련 고소도 모두 취하했다.
이번 대표이사 선출은 이 전 대표 구속 이후 3번이나 무산된 뒤 이뤄지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19일에 선출될 새 대표이사와 5개 주주 수협의 경영개선 의지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 공영화 추진 배경과 전망
이런 상황에서 최근 부산시는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안에 5개 출자수협 지분을 인수해 시가 직접 관리·운영하는 도매시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이다.
지분 인수가 마무리되면 시 산하 별도 공공 출자법인을 설립해 어시장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어시장 지배 체제를 바꾸는 것"이라며 "수협 측도 수긍해 획기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공동어시장 정관에 따르면 출자 5개 수협 중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면 법인 청산을 의결할 수 있다.
그러나 지분 인수는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오 시장도 언급한 바와 같이 그동안 부산공동어시장 전반을 좌지우지한 것은 5개 출자수협이다.
이들 5개 출자수협 조합장이 어시장 대표이사를 선출하고, 대표이사가 전무 등 인사권을 쥐고 있다.
부산공동어시장 공영화는 반세기 넘는 이런 '지배 체제' 종식이자 출자수협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비용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부산시에 따르면 2012년 부산공동어시장 자산평가 결과가 895억원으로 나왔기에 7년이 흐른 현재 물가상승률과 공시지가 상승 등을 고려하면 비용 부담이 더 커지게 된다.
시는 출자수협 측에 이달 15일까지 지분 청산 동의 여부에 대한 최종 의견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출자수협 측은 이달 19일로 예정된 대표이사 선출 이후로 기한을 늦춰달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출자수협 측도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견을 받아본 뒤 자산평가 등 향후 계획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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