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하원 '종족학살 인정 촉구안' 가결…佛, 추념일 지정
美 상원도 결의안 제출…터키 "정치적 의도로 역사왜곡 규탄"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유럽과 미국 정치권의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genocide)' 규정 움직임에 '가해자' 후손인 터키가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일(파리 현지시간) 매년 4월 24일을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 추념일'로 지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터키 관영 아나돌루통신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아르메니아인 학살 추념일을 지정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이행한 것이다.
같은 날 이탈리아 하원도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을 공식 인정하라고 정부에 촉구하는 의안을 압도적으로 가결했다.
하원의 촉구안에 구속력은 없다.
터키 정부는 즉시 반발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1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결정은 효력이 없으며 (중략)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차우쇼을루 장관은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이날 전화 통화를 했다고 터키 외무부가 공개했다.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파흐렛틴 알툰 터키 언론청장은 소셜미디어 계정에 "이 나라 역사를 왜곡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이탈리아 의회의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썼다.
알툰 청장은 "비생산적이고, 적대적이며, 개탄스럽다"고 덧붙였다.
터키 외무부도 "아르메니아의 주장을 (이탈리아) 국내 정치적 이해에 활용한 또 하나의 사례"라며 규탄했다.
일반적으로 서방 역사학계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오스만제국이 아르메니아인 약 150만명을 학살했다고 본다.
이 사건은 20세기 첫 종족학살로 알려졌다.
아르메니아는 매년 4월 24일을 학살 추념일로 지킨다.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되는 터키는 이러한 시각에 동의하지 않고, 국제사회의 비판과 종족학살 용어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터키는 이 사건이 전쟁 중 벌어진 '비극적인' 쌍방 충돌의 결과일 뿐, 오스만제국이 조직적으로 아르메니아인(종족)을 겨냥해 학살을 자행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살해된 아르메니아인의 규모도 30만명 정도인데 부풀려졌다는 게 터키 쪽 주장이다.
터키에서 이 사건은 '1915년 사태'(1915 Olaylarının)로 불린다.
터키는 서방 정치권이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을 의제로 다룰 때마다 대중영합주의 의도라며 규탄했다.
앞서 2016년 독일 연방의회가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 규탄 결의를 채택한 후 양국은 갈등을 겪었다.
한편 미국 상원에서도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을 인정하라는 결의안이 1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제출됐다.
로버트 메넨데즈와 테드 크루즈 등 여·야 상원의원은 결의안에서 "아르메니아인 종족학살은 역사적 사실이며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언했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