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중국 문화재인 병마용의 엄지손가락을 부러뜨린 후 이를 훔쳐 달아난 20대에 대한 미국 내 재판에서 '미결정 심리'(또는 무효 심리·mistrial)가 선언돼 중국 언론들이 격한 반응을 보였다.
AP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미국 필라델피아발 보도를 통해 배심원단이 이러한 일을 저지른 마이클 로하나(25)에 대해 평결을 내리지 못했다고 전했다.
로하나는 2017년 12월 필라델피아 프랭클린박물관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파티에 참석했다가, 술에 취한 상태로 사건 당시 중국에서 임대해온 병마용을 전시해둔 공간에 들어갔다.
그는 450만 달러(약 51억원) 상당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병마용 옆에서 사진을 찍은 후 병마용의 왼손 엄지를 부러뜨려 주머니에 넣은 채 달아났다.
데일리 메일에 따르면 몇주 뒤 박물관 직원이 훼손 사실을 발견 후 신고했고, 미연방수사국(FBI)이 감시카메라 영상을 통해 로하나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로하나는 자신의 방 책상 서랍에 보관해뒀던 병마용의 엄지를 FBI에 제출했으며, 현재 병마용의 엄지는 중국으로 반환된 상태다.
재판 과정에서 로하나는 자신의 행위를 부인하지 않았다. 하지만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9일 그에게 문화재 절도 및 은닉 혐의가 있다고 볼지를 두고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7명이 무죄라고 인정한 가운데 결국 '미결정 심리'가 됐다.
로하나는 "내가 왜 부러뜨렸는지 모르겠다. 그냥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꼭 부러뜨려야지'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다"라면서 "내가 어떻게 그렇게 멍청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라고 증언했다.
연방 검사들은 다음 달까지 재심 요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이번 판결을 두고 중국 매체들은 분노를 표하고 있다.
베이징일보는 "화가 난다. 배심원 다수가 무죄판결에 찬성했다"면서 "중국의 국보를 훼손했는데 무죄로 석방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병마용갱이 있는 산시성의 문화재 관련 부처 책임자는 "이러한 악질적인 사건은 전대미문이다. 강력히 분개하고 규탄한다"면서 "중국은 '전시회 협약서'의 관련 규정에 근거해 미국 측에 엄숙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박물관 부관장을 지낸 천뤼성(陳履生)은 "감정적으로는 매우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우리가 미국의 법 절차와 판결에 관여할 방법이 없다"면서 관련 협약서에 근거한 책임 추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인민일보 해외판은 "분노하는 것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제하 보도에서 해외 전시 문화재에 대한 위험평가를 하고 계약을 통해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는 등의 보완책을 주문했다.
이밖에 환구시보는 "외국 네티즌들이 분노한다"면서 이번 재판 결과에 비판적인 영문 SNS를 소개했고, 관련 기사에는 "(미국 문화재인) 자유의 여신상을 한번 망가뜨려 보라"는 등의 비판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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