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속조치 착수…"헌재결정 존중"

입력 2019-04-11 18:57  

정부 '낙태죄 헌법불합치' 후속조치 착수…"헌재결정 존중"
임신유지 판단 결정가능 기간·숙려기간 등 입법논의 활발해질 듯
기존 사건 영향 미칠지도 관건…"소급효 견해 엇갈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임순현 기자 = 헌법재판소가 11일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한 현행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한 것과 관련해 정부가 위헌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무부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무조정실 등 정부 관계부처는 이날 오후 헌재 결정 후 공동 입장문을 내고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어 "관련 부처가 협력해 헌법불합치 결정된 사항에 관한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헌재는 이날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 금지하면서 이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 조항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대상 법조항은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는 '자기낙태죄'(형법 269조) 조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동의를 받아 낙태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는 '동의낙태죄'(형법 270조) 조항이다.
헌재는 다만 낙태죄 규정을 곧바로 폐지해 낙태를 전면 허용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2020년 12월 31일까지 이들 법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기한까지 법이 개정되지 않을 경우 낙태죄 규정은 전면 폐지된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 임신 유지 판단까지의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언제까지로 할지 ▲ 결정가능기간에 사회·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할지 ▲ 상담요건이나 숙려기간 등을 추가할지 등을 입법자가 판단할 몫으로 남겨뒀다.
헌재 결정 직후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후속 조치 추진 방침을 밝힘에 따라 헌재의 이런 결정 취지를 반영한 후속 입법 지원 및 제도보완 논의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날 헌재 결정이 검찰의 기소 결정은 물론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합헌 결정이 이뤄진 2012년 이후 지난해까지 낙태죄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은 총 96건이다.
이들 사건 중 총 90건이 1심 선고를 받았고, 1건이 대법원판결을 앞두고 있다. 낙태죄 사건의 경우 대부분 선고유예나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형벌 법조항은 위헌 결정 시 소급해 그 효력을 잃는다. 또한 위헌 결정된 형벌 조항에 근거한 유죄의 확정판결에 대해서는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고 법 개정 시한을 남겨둔 조항에 대해서는 이같은 소급효가 적용되는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견해가 갈린다.
법원 관계자는 "헌법불합치 결정도 위헌 결정이므로 소급효가 인정된다는 판례가 있지만 이는 법 개정 시한을 넘긴 사안에 해당한다"며 "이번처럼 법 개정 시한이 도과되지 않은 경우에는 소급효 인정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고 말했다.
소급효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자기낙태죄의 경우 어디까지 소급효가 미칠지도 관건이다.
헌법재판소법은 위헌 형벌조항의 소급효와 관련해 종전에 합헌으로 결정한 사건이 있는 경우 그 결정이 있는 날의 다음 날로 소급해 효력을 상실하도록 한다.
2012년 헌재는 "형법 270조 제1항 중 '조산사'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해 동의낙태죄만을 주문에 언급하고, 자기낙태죄는 결정 이유에서만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다뤘다.
주문에 명시된 것처럼 헌재의 2012년 낙태죄 합헌 결정이 동의낙태죄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면, 자기낙태죄의 경우 이번 위헌 결정의 소급효는 낙태죄가 처음 신설된 1953년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반면, 2012년 주문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자기낙태죄도 합헌 결정을 한 것이라 본다면 동의낙태죄와 자기낙태죄 모두 2012년까지만 소급효가 인정된다는 게 법조계의 판단이다.
p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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