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안전 전시공간' 개관…벽면에 이름·전시공간엔 단체사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1반 고해인 김민지 김민희 김수경…2반 강수정 강우영 길채원…'
광화문광장에 들어선 '기억·안전 전시공간'의 한쪽 외벽에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의 이름이 하나하나 쓰여 있었다. 이른바 '추모의 벽'이다. 벽 아래에는 조명을 설치했다. 밤이 오면 어둠 속에서 이름을 끌어 올린다.
건물 반대쪽 전시공간엔 단원고 학생들의 단체 사진 10장을 액자로 세워놨다. 참사 1년 전 학교 수련회에서 웃으며 찍혔다. 벽면에 걸린 대형 TV에선 영정을 옮기는 '이운식' 장면이 반복해 나왔다. 영정이 사라졌음에도, 마치 세월호 희생자들이 광화문으로 다시 돌아온 듯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2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추모시설인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개관했다. 옛 세월호 천막 자리다. 2014년 7월 설치된 천막은 서울시의 광장 재구조화 계획에 따라 약 4년 8개월만인 지난달 18일 자진 철거됐다.
박 시장은 "세월호 천막은 사라졌지만 아픔의 기억을 넘어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재난과 그런 부실한 국가가 없도록 다짐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존재를 위해 이 장소는 여전히 기능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억·안전 전시공간은 79.98㎡(약 24평) 규모의 목조 건물이다. 이곳에는 희생자들의 흔적과 함께 이들을 추모하고 천막의 의미를 재구성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당일 침몰하는 세월호와 진도 앞바다를 지도처럼 그린 풍경화, 같은 해 9월 30일 광화문 세월호 단식농성장을 둘러싸고 단식참여자, 반대 집회자, 시민 등을 세밀히 담은 그림 등이 대표적이다.
암막 커튼을 설치한 안쪽 전시공간에는 안쪽에 불빛이 들어오는 흰색 봉들을 세워놨다. 봉을 손으로 당기면 아래에 있던 빛이 위로 올라온다. 이는 아이를 만질 수 없는 부모의 마음과 촛불이 확장되는 모습을 추상화한 것이다.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바닷소리는 자연으로 돌아갔을지 모르는 희생자를 기리는 의미다.
전시관 한쪽 벽면에는 세월호 침몰 과정을 시간대별로 기록해놨다. 처벌된 국가책임자가 1명에 불과하다는 내용도 벽면에 적혔다. 김광배 4·16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이곳은 적폐청산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한 국민의 촛불이 타오른 곳"이라며 "세월호를 왜곡하고 지우려는 자들에게 시민의 뜻을 알리는 엄중한 선포"라고 했다. 다른 벽면에는 유사한 사회적 재난인 1970년 남영호 참사,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을 소개했다.
전시공간을 둘러본 서울사대부중 3학년 심재원 군은 "5년 전 일어난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이 겪은 슬픔이 느껴진다"며 "다시 이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기억·안전 전시공간을 유지한다. 이후 운영 방안은 유가족과 협의할 예정이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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