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사회의 수호자 vs 서방 안보의 적…어산지 극과 극 평가

입력 2019-04-11 22:23   수정 2019-04-11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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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 수호자 vs 서방 안보의 적…어산지 극과 극 평가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진실 규명에 헌신한 열린사회의 수호자인가, 독선과 영웅주의에 빠진 이적행위자인가.
11일 영국에서 체포된,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안 어산지(47)를 보는 시각은 서방, 더 나아가 진보 진영 안에서도 극단적으로 갈린다.
조직이나 위계에 순응하지 않는 아웃사이더로서 기질은 성장기에도 나타난다.
위키리크스 설립자 어산지 영국서 체포…에콰도르, 보호 철회/ 연합뉴스 (Yonhapnews)
1971년 호주 퀸즐랜드 출생인 어산지는 성장기에 학교 37곳을 옮겨 다녔고, 청소년기 이후로 25차례 불법행위로 벌금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그는 2006년 마음이 맞는 활동가들과 폭로 전문 단체·사이트 위키리크스를 설립했다.
위키리크스가 대중의 시선을 끌기 시작한 건 설립 이듬해 미군 아파치 헬리콥터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기자 등 민간인 무리를 향해 발포하는 충격적 영상을 폭로하면서다.
이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관련 기밀 문건 총 9만건을 유출했다.
은폐된 진실을 고발하는 어산지와 동료들의 활동은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큰 지지를 받았다.
그는 2010년 11월 위키리크스가 '내부고발자' 브래들리 매닝(첼시 매닝)으로부터 입수한 미국 외교 전문 25만건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미국 정부의 '타깃'이 됐다.
위키리크스 폭로로 미국 정부가 확보한 각국 국가원수급 인사의 부패·비행과 그에 관한 미국 관료의 평가, 외교 갈등의 막후 전개, 독재자와 협력하는 미국 정부의 위선적 실체 등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러나 위키리크스 전산시스템이 해킹당해 미국 정보기관의 협력자 신원 등 정보까지도 무차별 유출돼 역풍이 일었다.


무차별 폭로의 정당성 논란과 별개로 2010년에는 스웨덴에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되며 어산지 개인의 이미지도 추락했다.
2012년 어산지는 스웨덴을 거쳐 미국으로 송환되는 것을 피하려고 런던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으로 피신을 택했다.
그는 대사관 내에서 가택연금과 같은 생활을 하면서도 에드워드 스노든 등과 협력하며 미국 정부를 계속 괴롭혔다.
2016년 미국 대선을 거치며 어산지에 대한 여론은 더 나빠졌다.
민주당 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부패' 이미지를 씌우며 큰 타격을 준 '이메일 스캔들' 확산에 위키리크스의 역할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로버트 뮬러 특검의 수사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 측 전문가가 힐러리 진영의 시스템을 해킹했고 그렇게 확보된 자료가 위키리크스 등을 통해 유출됐다.
특검 수사가 맞는다면 결과적으로 어산지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도운 셈이어서 '무엇을 위한 폭로인가'라는 의문도 커졌다.
이러한 행보로 어산지가 진보 진영에서 인심을 잃는 대신 역설적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에서 되레 옹호를 받는 역설적 상황도 벌어졌다.
tr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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