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 규모…방사청 "신남방정책 주요사업으로 관련 기관 공조로 계약성사"
러·독 제치고 1차 3척 수출 이은 '쾌거'…국내 최초 수출형 잠수함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국이 1천400t급 잠수함 3척을 인도네시아에 추가로 수출하는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번 계약은 수출 침체로 고심하는 국내 방산업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로 작용하고, 선박 건조기술 중 가장 고난도인 잠수함 건조기술을 해외에서 인정받은 '쾌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와 더불어 한국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독일에 이은 세계 5대 잠수함 수출국의 입지를 다지게 됐다.
방위사업청은 12일 대우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로부터 1천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총계약 규모는 10억2천만 달러(한화 1조1천600억원)에 달한다. 지난 2011년 인도네시아에 1천400t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하는 계약을 한데 이은 두 번째 수주다.
왕정홍 방사청장은 이날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열린 인도네시아 해군의 잠수함 도입 2차 사업 계약식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양국이 다시 한번 호혜적인 방산협력을 하게 된 것을 뜻깊게 생각하며 한국 정부도 원활한 사업추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방사청은 이번 계약성사와 관련 "인도네시아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 중인 신남방정책의 핵심협력 국가로, 2017년 양국 간 정상회담을 통해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되면서 활발한 방산협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이번 잠수함 2차 사업은 신남방정책의 주요사업으로 정부와 많은 관계기관이 계약성사를 위해 공조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수출 계약한 1천400t급 잠수함은 해군의 209급 장보고함(1천200t급)을 개량한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017년 '나가파사(NAGAPASA) 함'으로 명명된 1천400t급 1번 함에 이어 작년 2번 함까지 건조해 인도네시아에 인도했다. 3번 함은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건조되어 이번 계약식 날에 진수됐다.
이 잠수함은 길이 61m로 40명의 승조원을 태우고 중간기항 없이 1만 해리(1만8천520㎞)를 항해할 수 있다. 이는 부산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항까지를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인도네시아 해상 안보와 영해수호 활동 및 연합해군 작전 등을 수행하는 이들 잠수함은 30년 이상 운용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수출하는 잠수함은 1988년 말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건조한 장보고-I급(1천200t급)을 통해 축적된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기술연구 개발 끝에 독자 개발한 국내 최초의 수출형 잠수함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잠수함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 전수받아 잠수함을 건조해 수출까지 하는 나라는 한국이 처음이다. 앞으로 바다를 끼고 있는 동남아 국가들과의 수출 협상이 활발해질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1차 잠수함 사업 때도 잠수함 강국인 러시아와 독일을 제치고 우리가 수주했다"면서 "이번 계약으로 동남아 잠수함 시장을 개척하는 데 한국의 입지가 더욱 탄탄해진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방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선박을 수출하는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잠수함을 건조해 판매한 경험이 있는지가 최우선적인 평가 항목"이라면서 "고압의 심해를 운항하는 잠수함 건조기술은 고난도의 최첨단 선박 건조기술의 총합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인도네시아와 잠수함 1차 사업(3척 수출), 한국형 전투기(KF-X) 및 IF-X 전투기(KF-X 인도네시아 수출형) 공동개발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계약을 통해 양국 간 두터운 신뢰를 재확인하고 방산협력을 한 층 더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방사청은 설명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방사청의 '방산수출진흥센터'를 통해 인도네시아 잠수함 2차 사업 수주를 위한 수출금융지원을 요청했으며, 방사청은 한국수출입은행, 인도네시아 국방부와 재무부 등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이를 지원했다.
방사청은 "이번 계약은 지난해 11월 방산 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자 설치한 '방산수출진흥센터'에 접수된 첫 번째 민원을 해결한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
계약식에 앞서 왕정홍 청장은 인니의 위란토 정치법률안보조정장관을 만나 양국 간 방산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왕 청장은 KF-X 및 IF-X 전투기사업, 잠수함 사업 등 현재 진행 중인 방산협력 사업의 성공을 위해 지원을 요청하고, 앞으로 추진할 예정인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당부했다고 방사청은 전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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