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정은 2기 출범…국무위원회에 힘 싣고 주요직 '세대교체'(종합)

입력 2019-04-12 16:06   수정 2019-04-12 16:12

北, 김정은 2기 출범…국무위원회에 힘 싣고 주요직 '세대교체'(종합)
헌법 바꿔 '대외 국가수반'지위 부여 가능성…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장 아래로
상임위원장은 91세→69세, 내각 총리는 80대→60대…세대교체로 분위기 일신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를 통해 출범한 김정은 정권 2기는 국무위원장의 대외적 지위 강화와 세대교체가 특징이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에게 북한을 대표하는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국가수반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를 국정 전반을 운영하는 국가기구로 확대하는 데 중점을 둔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헌법 개정이 있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개된 권력기관 인사이동을 살펴보면 헌법 개정을 통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와 상임위원장의 지위와 권한 그리고 국무위원회와 국무위원장의 권한과 지위 등을 수정 보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으로 새로 선출된 최룡해는 신설된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임하게 됐다.
이는 상임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아래인 제1부위원장으로 자리함으로써 그동안 '대외적 국가수반' 지위가 국무위원장에게 넘어갔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 아니었다.
따라서 헌법 개정을 통해 실질적 국가수반이지만 대외적으로는 국가수반의 지위를 갖지 못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대외적으로나 법적으로 명실공히 북한을 대표하는 국가수반임을 명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무위원장 직책으로 한국 및 미국의 정상과 회담을 했던 김정은 위원장이 앞으로 더 활발한 정상외교를 펼칠 것을 예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2016년 최고지도자의 직책이 국방위원장에서 국무위원장으로 바뀌면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관계가 애매모호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국무위원장 아래(제1부위원장)로 재편됐다면 대외적 수반은 국무위원장이 되는 것이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에게 대외적인 국가수반의 지위가 부여됐다는 것은 국무위원회의 지위와 역할의 강화를 의미한다.
재편된 국무위원회는 위원장 김정은, 제1부위원장 최룡해, 부위원장 박봉주(당 부위원장) 1인으로 구성됐고 위원에는 김재룡 신임 내각 총리와 리만건·리수용·김영철·태종수 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김수길 군 총정치국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선출됐다.
기존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12명이었으나 이번에는 2명이 증가해 14명으로 구성됐다.
새로 추가된 인물 5인은 대부분 인사이동에 따른 것이지만,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대미협상의 '입'이었던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의 국무위원 진입은 눈길을 끈다.
외무성 제1부상의 국무위원 진출은 그가 처음으로, 전임 김계관은 외무성 제1부상임에도 국무위원이 아니었다.
최 제1부상의 선출로 국무위원에는 기존 리수용·김영철 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의 핵심 외교인사 4명이 포함됐다.


앞서 이미 북한은 미국과 실무협상 대표로 김혁철을 임명하면서 그에게 국무위원회 대미협상 특별대표라는 직책을 부여했다.
이런 연장선에서 앞으로 북한 외교에서 국무위원회의 역할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아울러 이번 권력재편을 통해 공식적인 국가서열과 실질적인 서열의 구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은 권력서열에서 2위였지만 실제 권능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후임에 오른 최룡해는 김정은이 위원장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을 겸직함으로써 공식 서열이 김정은 위원장 다음가는 2위이며, 노동당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함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영향력을 유지할 것이어서 힘의 크기도 2위일 것으로 보인다.
사실 과거 김정일 집권 시기에는 공식 서열과 실제 권력서열이 달라 국정 운영과 국가권력 체제에 혼선을 빚고 간부들의 불만을 야기하는 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2기 집권을 출범하면서 선대 김일성 집권 때처럼 권력서열을 분명히 함으로써 국정 운영의 모순을 바로잡아가는 것이라는 것.
이미 김정은 위원장은 집권 이후 당 전원회의와 정치국 회의 등 시스템을 통한 정상적인 국정운영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한은 또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가 권력기구의 수장들을 모두 바꾸는 등 김정은 2기 정권을 이끌어갈 권력집단의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특히 20년 넘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지켜온 91세의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상대적으로 젊은 69세의 최룡해로 교체했고, 80세의 박봉주 총리 대신 60대로 추정되는 김재룡을 앉혔다.
김영남 전 상임위원장이 여전히 대의원이고 박봉주 역시 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는 점에서 좌천성 인사라기보다는 세대교체에 무게가 실린다.
76세의 김계관 전 외무성 제1부상 대신 50대 후반의 최선희가 후임에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7년간 노장청을 적절히 결합하며 안정적으로 국정 운영을 해온 자신감을 바탕으로 2기 출범을 세대교체의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실시한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구성원의 경우도 39세 이하가 제13기 3.9%에서 4.8%로 늘어났다.
특히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 양보하지 않겠다"며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 노선을 제시하고 내부 기강 확립에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비교적 젊은 인사들로 물갈이함으로써 분위기를 일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ch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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