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지속·트럼프 증산 압박…산유국 정정혼란·제재 변수도
"몇개월은커녕 이번주도 예상 못해…유가전망 악몽"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국제유가가 몇 개월 만에 급등한 가운데 산유국 정정 불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증산 압박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석유시장도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12월 말 배럴당 51달러까지 떨어졌던 브렌트유 근월물 선물 가격은 최근 70달러 선을 넘어섰으며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근월물 선물은 지난해 말 저점보다 48%나 치솟아 65달러에 근접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현지시간) 낸 보고서에서 원유 공급의 급반전으로 올해 들어 국제유가가 극적인 상승을 겪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와 대(對)이란·베네수엘라 제재 효과에도 원유 생산이 급증했으나 올해 1분기 들어서는 지난해 4분기보다 생산이 줄었다.
IEA는 시장에서도 올해 원유 수요 증가 폭이 어느 정도일지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면서 "우리는 전망치를 하루 140만배럴로 유지하지만, 세계 경제의 건전성에 관한 엇갈린 신호들과 유가 수준에 대한 서로 다른 관점들이 있음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 기구는 올해 2분기에 대해서도 "원유시장이 빠듯해지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으나 수요 전망, 주가 수준이 아직 '정상적'인지 등을 놓고 혼재된 신호들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유가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이 단편적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유가 변동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OPEC과 러시아를 비롯한 비OPEC 산유국들(OPEC+)은 올해 상반기 하루 120만 배럴 감산을 결정했다.
OPEC의 3월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월 전월 대비 하루 평균 22만1천 배럴 생산이 줄어드는 등 합의는 착실히 이행되고 있다.
올해 들어 유가가 급등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차례 OPEC에 증산을 압박했지만, OPEC은 아직 이를 무시하고 있다.
유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 중 또 하나는 세계 경기다.
중국 경제가 성장 둔화에도 정부 부양책에 힘입어 연착륙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유로존을 비롯해 글로벌 둔화 우려는 여전히 크며 경기침체(Recession) 공포도 사라지지 않았다.
IEA는 "2019년 실제 수치와 관련해 아직 초기이기는 하나 원유 수요 증가의 중심이 되는 곳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 경제가 정부 부양책에 반응하고 있다"면서도 "다른 곳에서는 엇갈린 신호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산유국들의 정정 혼란과 이들에 대한 경제 제재도 관건이다.
베네수엘라는 '한 나라 두 대통령' 사태가 몇 달간 이어지는 와중에 미국의 고강도 제재를 받고 있으며 리비아에서는 통합정부와 동부 군벌내전의 충돌이 격화했다.
미국은 또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지난해 11월 시작한 이후 8개국에 대한 제재 예외를 연장할지 결정을 앞두고 있다.
경제매체 CNBC는 갈수록 빡빡해지는 원유시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이란 원유 수출 전면 중단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브라이언 훅 미 국무부 이란특별대표는 한 달 전 "원유시장 공급이 더 많다면 우리가 '0'으로 가는 길을 더 재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유가 향방을 둘러싸고 시장 전문가들도 혼란에 빠져 있다.
원유 거래 중개업체인 PVM 오일 어소시어츠의 타마스 바르가 선임 분석가는 CNBC에 유가를 전망하기에 '악몽'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너무 많아서 몇 개월, 1년 앞은 고사하고 이번 주를 예상하는 것조차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경제·지정학적 상황이 거의 일간 단위로 바뀐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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