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떠들고…"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단지 공유숙박 골치

입력 2019-04-14 11:11  

"밤새 떠들고…" 해운대 초고층 아파트단지 공유숙박 골치
관광객 소란에 민원 속출…관리실 질서 위반금 부과도 허사
지난해 부산서 불법숙박업 225건 단속…이웃 배려문화 필요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수영만 앞바다가 집 앞에 펼쳐져 있는 부산 해운대 최고급 아파트들이 에어비앤비 등 '공유숙박'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해운대 마린시티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 LCD 안내판에는 최근 공유숙박을 금지하는 안내문이 표출되고 있다.
자신의 집을 상품으로 내놓는 공유숙박 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관광객과 기존 주민이 마찰이 빚어지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14일 해당 아파트 한 관계자는 "하룻밤 즐기고 가는 관광객들이다 보니 밤새 술을 마시고 떠드는 등 이웃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서 "층간소음 피해가 너무 심하다 보니 민원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실은 공유숙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출입 카드를 정지하거나 질서 위반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관리사무소 한 관계자는 "현행법상 내국인을 상대로 한 공유숙박은 불법이라는 것을 계속 안내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최고급 아파트에서 하룻밤 머무르려는 관광객 수요가 있다 보니, 1년 사이 제가 기억하는 주민 민원만 5∼6건이 있다"고 말했다.

마린시티 내 또 다른 고층 아파트도 비슷한 문제를 겪는다.
해당 아파트 관계자는 "이 아파트에는 본사가 서울에 있는 부산지사의 지사장이나 간부의 사택이 많고, 법인사옥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아서 이용자가 단순히 계속 바뀐다고 해서 공유숙박을 의심하고 단속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비원이 신고를 받고 현장에 확인을 나가도 '입주민 명부랑 신분증을 비교해 봅시다'라고 할 권한도 없어서, 며칠을 신중하게 지켜보다가 확신이 들면 그때 경고를 하거나 경찰에 신고한다"고 말했다.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라 숙박업을 하려는 사람들은 반드시 관할구청에 신고 해야 한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숙박업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예외적으로 허용되지만, 이 경우에도 집을 비워주는 형태가 아니라 집주인이 거주하며 호스트가 돼 안내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부산경찰청 관광경찰대는 불법숙박업을 운영하는 업주들을 2016년 209건, 2017년 347건, 지난해 225건 적발했다.
현행법상 엄밀히 불법이라고는 하지만, 공유숙박에 대한 국민의 법 감정은 불법과 합법의 경계 선상에 있다.
공유경제 활성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며 공유숙박 역시 규제라는 인식이 있는 상황이고, 정부도 올해 초 공유숙박 합법화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로 합법화 과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공유숙박이 합법화하더라도 공유숙박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사회적 갈등에 대한 인식과 성숙한 숙박문화는 필수적으로 선제 돼야 한다.
해운대구 한 관계자는 "층간소음이나 벽간 소음으로 인한 범죄나 각종 사회문제가 아직도 여전한 상황에서 공유숙박으로 인한 갈등이 더 큰 문제를 낳지 않기 위해서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이웃을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read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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