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추파당대사 진영' 보존처리 지원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스위스 취리히의 한 박물관이 보유한 조선 후기 불화가 국내에서 보존처리를 마치고 돌아간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국 박물관 한국실 지원사업 중 하나로 2년간 진행한 스위스 리트베르크박물관 소장 불화 '추파당대사 진영'(秋波堂大師眞影) 보존처리를 완료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초상은 1952년 개관한 리트베르크박물관이 소유한 유일한 한국 불화로, 19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진영(眞影)은 입적한 승려를 추모하고 기억하기 위해 그린 초상화로 '영탱'(影幀)이라고도 한다.
그림 속 인물은 바닥에 둥근 자리를 깔고 앉았으며, 검은 장삼과 붉은 가사를 착용했다. 오른손으로 염주를 쥐었고, 왼손으로는 좌선할 때 쓰는 지팡이인 주장자를 들었다.
추파당은 승려 법호(法號)이고 실존 인물로 판단되나, 문헌 기록이 없어 누구인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리트베르크박물관이 진영을 입수했을 때는 족자 없이 그림 낱장만 남은 상태였다. 또 과거에 화면 앞쪽이 물에 젖어 얼룩이 번졌고, 표면에 흰 곰팡이가 끼기도 했다.
이에 중앙박물관은 X선 촬영, 적외선 분석을 진행해 손상 정도와 보존처리 흔적을 파악한 뒤 얼룩과 곰팡이를 제거하고 결손 부분은 유사한 조직의 비단으로 보강했다.
아울러 화면 뒤쪽에 딱딱하게 굳어서 붙은 접착제와 종이를 없애고, 전통 불화 형식을 따라 족자 장황을 했다.
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추파당대사 진영은 풍성한 옷자락의 자연스러운 음영 효과, 인품을 드러내는 차분한 안면 표현이 특징"이라며 "이 진영과 도상이 매우 유사한 예가 안동 광흥사에 있는 '성주당 연축선사 진영'인데, 조선시대 승려들은 특정 지역에 머물며 문도를 이뤘다는 점에서 두 승려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박물관에 있는 한국 불화를 전통적인 양식에 맞춰 보존처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화는 15일 중앙박물관에서 칸 트린 리트베르크박물관 큐레이터에게 전달되며, 이튿날 스위스로 이송된다. 리트베르크박물관은 향후 상설전시와 교육에 불화를 활용할 계획이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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