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제 장기화 속 자력갱생 위해 새 인물 깜짝 발탁한 듯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 북한 내각 총리에 오른 김재룡은 산간 오지인 자강도를 관장하던 도 당위원장에서 김정은 2기 정권의 경제를 총괄하는 수장으로 우뚝 섰다.
김 신임 총리는 대외적으로는 물론 북한 권력 내부에서도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사실상 중앙에서 일해본 경험이 거의 없는 토박이 지방 당 관료 출신이라고 할 수 있다.
김 신임 총리의 경력 중 알려진 것은 2010년 평안북도 당위원회 비서(현 도당 부위원장)에 이어 2015년 자강도당 책임비서(현 도 당위원장)로 활동한 것이 전부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된 것도 이번 제14기가 처음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기대했던 대북 제재 해제가 무산되면서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발전'을 노선으로 채택함에 따라 침체한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해 깜짝 인사 발탁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 총리의 나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개된 사진으로 미뤄 50∼60대로 추정돼 80세의 전임 박봉주에 비교하면 훨씬 젊어 세대교체이기도 하다.
그가 신임 총리로 발탁된 데는 평안북도와 자강도에서 지방의 당 관료로 지방경제 발전을 위해 활약해온 공로가 인정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자강도는 북한 군수공장이 밀집된 곳일 뿐 아니라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 자체적으로 경제난을 타개한 '강계정신'의 발원지다.
그 중심에는 연형묵 당시 자강도당 책임비서가 있었고, 이런 연고로 연 전 총리를 비롯해 박도춘 등 역대 자강도 당위원장들은 지역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충신'의 계보를 이어갔고 중앙무대로 화려하게 복귀하곤 했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하는 현 국면에서 '고난 극복'의 상징적 지역인 자강도의 책임자를 불러들인 셈이다.
김재룡 역시 지난 3년간 자강도 당위원장으로 일하는 과정에 경제성과를 내고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전격 총리에 발탁되는 입지전적인 인물이 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자구책 차원에서 도별 경쟁체제를 선언, 지역의 경제와 주민생활 향상을 통해 국가의 전반적인 경제성장을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방 실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김재룡의 경력이 중앙과 지방의 경제발전을 총괄하는 데 적격인 셈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산하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결렬로 제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올해 경제성과를 내야 하고 내년 5개년전략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거기에 맞는 조직 개편과 인사로 분위기를 쇄신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김재룡을 총리로 발탁했다고 해서 전임 박봉주의 좌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박봉주가 노동당 부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여전히 겸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80세인 박 전 총리의 나이를 고려한 세대교체지만, 그는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이후 다양한 시장 경제개혁 조치를 실행하며 누구보다 김정은 위원장의 개혁적 의중을 잘 알고 있어 당 부위원장으로 경제 전반을 관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10일 제7기 4차 당 전원회의에서 "당중앙위원회 해당 부서들에서 내각의 사업을 적극 밀어주어 내각이 전원회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한 작전과 지휘를 잘할 것"을 지시한 것도 같은 연장선에서 해석된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 전문부서의 부부장들을 자강도와 황해북도 당위원장으로 전면 배치하기도 했다.
조 부소장은 "북한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을 전면적으로 확립하겠다고 한 만큼 박봉주 부위원장과 김재룡 신임 총리의 지휘 아래 시장화 조치를 계속 취해나가면서 나름의 경제체계를 완성해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hs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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