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③ "불나면 늦다" 대책 제대로 세워야

입력 2019-04-14 07:01  

[동해안산불 악몽 끊자] ③ "불나면 늦다" 대책 제대로 세워야
선제적 예방이 최우선…산불 감시 체계는 차선책
인력과 장비 운용·통솔할 산불 지휘 교육과정 강화해야
국민 의식 개선 위한 교육매뉴얼 시급…혼효림 조성도 필요



(춘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강원 동해안과 인제 지역 산림 1천757㏊를 잿더미로 만든 이번 산불은 비단 올해만의 일이 아니다.
대형산불 때마다 건조한 겨울철 대기와 양간지풍을 탓하기엔 피해가 너무 크다. 예방 인력과 진화 헬기 부족, 교육매뉴얼 부재 등 천재(天災) 뒤에 가려진 인재(人災)의 요소들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 선제적 산불 예방체계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림을 새롭게 가꿔 점차 혼효림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특히 동해안 산불은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기에 산을 이용하는 국민의 의식 개선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예방 인력 확충이 최우선…진화 헬기 동해안 확대 배치 필요
정부가 이번 강원산불을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진화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만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동해안 대형산불을 미리 막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한발 빠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산림청은 지난달 26일 강원도에 내린 산불재난 국가위기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한 단계 상향했다.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 중 세 번째인 경계 단계는 위기상황판단 보고서에 따라 산불 발생 위험지수가 높고 일부 지역에서는 야간산불로 이어져 대형산불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산불재난 위기대응 실무매뉴얼에 따르면 '경계' 발령 시 각 지자체장은 소속 공무원 또는 직원의 6분의 1 이상을 현장에 배치하거나 대기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는 6분의 1의 인력이 산불을 미리 막거나 빠르게 대처하기에 턱없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화재 전날 바짝 마른 대기에 날씨에 순간 최대 초속 30m 이상의 태풍급 강풍이 예보돼 산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컸던 까닭이다.
따라서 전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산불 경보단계와 함께 동해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세분된 대응 체계와 이에 맞춰 대폭 증원된 예방 인력 투입이 요구된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산불 위기경보 시 전국 모든 지역에 인력 동원 비율을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며 "이번 산불의 경우 적어도 절반가량의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적절했다"고 짚었다.
이어 "산불 초기에 모든 진화 인력과 장비 운영을 책임질 지자체장이 자리를 비운 사실 자체가 구멍이 뚫려있는 산불 대응체계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불감시원, 산불 전문예방진화대원 등 예방 및 진화 인력 확충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대형산불 진화에 꼭 필요한 헬기 부족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전국에서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있는 헬기는 산림청 47대, 소방청 28대, 국방부 20대, 경찰청 3대, 국립공원 1대, 지자체 임차 헬기 66대 등 총 165대다.
이 중 산불 진화 주관 기관인 산림청이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헬기는 47대다.
강원지역은 산림항공본부를 둔 원주에 6대, 강릉에 4대를 배치하고 있다.
특히 초대형 진화헬기인 S-64 기종은 도내에서 원주만 보유 중이다.
이에 산불이 거듭되는 동해안에 헬기를 늘려 산불 진화의 전진 거점 기지로 삼아야 한다.
실제로 산불이 이어지던 지난 5일 오전 먹구름 층과 강풍 등 기상 악화로 원주의 헬기가 대관령을 넘지 못하고 현장에 지연 투입됐다.
군(軍)이 보유한 헬기 활용도 대안 중 하나다.
서 전문위원은 "산불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기간만이라도 국방부가 보유한 UH-60 헬기 등을 산림청에 배속시키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아…산불 예방 교육 절실
산림청에 따르면 대형산불의 대부분 원인은 사람에게서 나온다.
입산객이나 성묘객, 등산객의 실화가 가장 큰 원인이며 농산폐기물과 쓰레기, 논두렁 소각이 뒤를 잇는다.



이에 산을 이용하는 국민의 의식 개선이 최우선 과제다. 인력과 장비 보강,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 연장 등 산불 감시 체계 강화는 차선책이다.
영농 준비를 위한 소각이나 입산 시 인화성 물질 소지를 자제하는 등 개개인이 산불 예방 중요성에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인재는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
채희문 강원대학교 산림과학대학 교수는 "산림청과 지자체 등 관 주도의 획일화된 산불 예방 교육에서 벗어나 지역과 마을 단위에서 심각성을 스스로 깨닫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 대상으로 연령·지역별 수준에 맞는 산불 예방 교육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산불 현장 지휘관 교육의 전문화도 필요하다.
지자체장은 산불 발생 시 모든 인력과 장비 운영을 먼저 책임지는 역할을 맡으며, 각 시·군 산림과장이나 국유림관리소장은 현장에서 지휘하게 된다.
이에 많게는 1천여 명의 진화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운용하는 능력부터 장비 특성까지 두루 꿰는 역량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들을 위한 교육은 매년 1박 2일 일정으로 이뤄지는 강의식 교육에 그치고 있다.
도내 한 지자체의 산림과장은 "산불 지휘교육이라고 하지만 100여 명이 강당에 모여 산불 현황과 우수·취약 사례, 현장 지휘 요령 등을 듣는 것이 전부"라며 "적어도 1주 정도 기간을 두고 이론과 실습을 겸한 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숲…혼효림 조성 필요성 대두



강원지역 산림에 넓게 퍼진 소나무는 이번 산불에서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겨울이 지나도 잎이 가지에 남아 있고 기름 성분이 많아 활엽수보다 불이 잘 옮겨붙기 때문이다.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효림은 불의 이동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산불 피해지역의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영동지역의 토양 특성상 계획적인 식재가 필요하다.
지질이 마사토인 데다 우점종이 소나무여서 다른 나무를 심어도 결국 소나무 숲으로 바뀌기 쉬운 까닭이다.
이병두 국립산림과학원 박사는 "강원지역의 빽빽한 소나무 숲을 솎아 듬성듬성하게 만든 뒤 활엽수를 자라게 하면 침엽수립이 강풍과 건조를 일정 부분 막아 혼효림 조성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산불에 강한 것으로 알려진 참나무 등으로 방화 수림대를 구축하면 산불이 나더라도 진행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기에다 바람이 강한 동해안에서는 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방풍 시설을 갖추고, 지속해서 관리해야 산불에 강한 숲을 조성할 수 있다.


yangd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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