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5주기] ② "참사 기억해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어"

입력 2019-04-14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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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5주기] ② "참사 기억해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어"
생존학생 장애진 "특혜 달라고 한적 없는데 비난의 화살 날아와"
4·16가족협의회 장동원 팀장 "안전한 사회 첫단추는 진상규명·관련자 처벌"

(안산=연합뉴스) 이영주 권준우 기자 = "그런 사고를 당하리라곤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고, 그것을 빌미로 특혜를 달라고 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비난의 화살은 대입 특례 같은 이상한 보상안을 만든 자들이 아닌 피해자들을 향해 날아왔어요."
12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4·16 가족협의회 사무실. 어느덧 어엿한 성인이 된 세월호 참사 생존 학생 장애진(23) 양은 응급구조사를 꿈꾸고 있다고 했다.
안전에 대한 남다른 경각심도 그 날의 충격이 작용한 듯했다.
장 양은 인터뷰 내내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참사를 겪기 전까진 안전의식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고속버스를 타도 벨트를 무조건 찾아 맨다"며 "세월호를 지겹다고 말하는 내면엔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깔린 듯하지만, 이를 기억해야 다음을 대비할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최근 발생한 대규모 강원도 산불에 대해 "대응이 신속했고 피해 규모와 진화 과정 모두 사실 그대로 외부에 잘 전달된 것 같다"면서도 "당시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일어났는데 모든 상황을 충분히 대응하기엔 아직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소방 공무원들을 많이 뽑고 있으나 그들을 수용하고 교육할 공간이 부족해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장 양은 지난 5년간의 아픔도 토로했다.
무엇보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장 양은 "아픔의 크기를 비교할 순 없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을 두고 이런 말까지 할 수 있을까 하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며 "소중한 사람을 잃어본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말을 너무도 쉽게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섭섭해했다.
장 양은 "세월호 참사를 잊고 살다 보면 또다시 발생하는 참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대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야 하는데 세월호 사고는 여전히 의문만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간 세월호 진상규명만 바라보고 달려온 장 양의 아버지 장동원 4·16 가족협의회의 사무처 팀장은 "세월호 이후 한국사회는 달라진 게 없다"고 단언했다.
장 팀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해상 사고가 계속됐다. 제천에선 사우나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안전 사회를 만들겠다는 게 저희 목표인데, 여전히 그런 사고가 나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안전한 사회를 위한 첫 단추로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꼽았다.
그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진 특별수사단을 설치한 뒤 그동안의 조사 내용을 토대로 수사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며 "사고의 원인을 알고 반성해야만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낸 생존 학생들의 심리 치료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상당수 생존 학생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장 팀장은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75명 중 10% 정도 된다.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한 학생들도 있으나 치료비가 비싸 꾸준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하고 "생존 학생들의 트라우마 치료를 위한 생애 전주기 치료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명 '김관홍 법'으로 불리는 '4·16 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4·16 가족협의회의 향후 활동 구상도 내놨다.
청소년 대상 안전, 인권 교육은 물론 우수한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교육사업과 협의회 소속 가족들로 꾸린 자원봉사단 구성 등이 그것이다.
장 팀장은 "지난 5년간 뒤돌아볼 겨를이 너무 없었다. 그동안 국민 도움을 많이 받아왔으나 앞으론 우리가 받은 도움을 나눌 것"이라며 "협의회와 안산지역 시민들 사이의 벽도 충분한 대화와 믿음으로 해소해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young86@yna.co.kr
stop@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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