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n]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적자 누적에 '네 탓 내 탓, 집안싸움'

입력 2019-04-14 09:04  

[현장 In]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적자 누적에 '네 탓 내 탓, 집안싸움'
"내부갈등 의료진 잇단 이탈이 원인" vs "적자는 인건비 때문·의사 빈자리 메워"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이대로 적자가 지속하면 월급 안 나옵니까?"
암 연구와 암 치료 전문기관인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다니는 직원이 최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다.
14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누적 적자가 18억원이고, 이 추세대로 가면 올해 적자 예상액은 78억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있는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이 적자가 확대된 이유와 관련 내부에서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

한 의사는 "지난해 연말 영상의학과 의사 3명이 한꺼번에 빠졌고 일부 의사들도 다른 병원으로 이동하는 등 실력 있는 의사들이 잇따라 사직하고 다른 병원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병원 내부가 술렁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가 선호하는 스타급 의사가 떠나면서 신규 환자도 지난해보다 줄어 병원 수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의사도 "영상의학과 등에서 의사가 충원되지 않아 암 진단과 관련된 초음파 대기가 6개월이나 밀려 있다"며 "당일 진료를 하지 못하면 환자들이 떠날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일부는 새로운 경영진이 들어선 이후 의사 간에 드러나지 않는 갈등이 빚어져 일부 의사들이 잇따라 의학원을 떠나면서 환자 감소로 이어졌고 경영 위기에 몰렸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반년 의학원은 지난해 7월 박상일 의학원장이 부임한 이후 전임 원장 시절 불거진 의사노조 결성과 각종 내부 문제를 해결하고 조직 안정에 주력했다고 반박한다.

적자문제와 관련해서도 의학원 측은 "지난해 신임 원장 부임 이후 6개월간 외래환자 수는 143명 감소했으나 입원환자는 151명 증가했으며 진료 수입은 20억가량 증가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올해 들어 신규 환자가 소폭 감소한 것은 맞지만 주 52시간 근무제와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이 적자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인건비 상승 비율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진료 수익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적자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의학원은 공공기관 성격을 지녀 초창기부터 정부에서 적자를 보전해주는 출연금을 받아왔으나 전임 원장 시절 출연금이 없어져 경영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대 의학원 원장을 지낸 정형외과 이수용 박사를 모시고 오는 등 최근 실력을 갖춘 의사 5명을 의학원에 영입해 빈자리를 대부분 메웠다"며 "약 2∼3개월 정도 공백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거의 회복됐고 지역 공공기관으로서 지자체와 지역사회 등으로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의학원 관계자는 "의학원 뒤편에 설치 예정인 의료용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암 치료에 관심을 가진 일부 의사들이 지방으로 내려왔으나 사업 차질에 따른 실망감을 느끼고 있다"며 "서울에 있는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거나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명감으로 일하는 의사에게 대학병원 등에서 스카우트를 제의하면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의사는 "의사가 직장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한 문제는 병원 비전과 의학적 자기발전 가능성"이라며 "중입자가속기 사업이 재개됐고 방사선의과학단지 사업이 본격화하면 의학원 의료진들이 다시 꿈과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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