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르푸르 내전 관련 지명수배…국제인권단체, 수단에 신병 인도 촉구
(카이로=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아프리카 수단을 30년 동안 철권으로 통치하다가 군부 쿠데타로 쫓겨난 오마르 알-바시르(75) 전 대통령의 앞날에 관심이 쏠린다.
아와드 이븐 아우프 수단 부통령 겸 국방장관은 11일(현지시간) 바시르 정권을 전복했고 바시르를 안전한 장소에서 구금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바시르의 정확한 소재를 공개하지 않았다.
바시르가 권력에서 축출되자 국제인권단체들은 그를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에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미 나이두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수단 당국은 지금 바시르를 국제형사재판소에 넘겨야 한다"며 "극악무도한 범죄의 피해자들이 정의가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영국 런던에 기반을 둔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다르푸르의 중대범죄 피해자들이 더 정의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ICC는 다르푸르 내전을 주도한 바시르를 집단학살, 전쟁범죄 등의 혐의가 있는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다.
다르푸르 내전은 2003년 수단 서부 다르푸르 지역의 자치권을 요구하는 기독교계 흑인 반군들과 정부의 무력충돌에서 시작했고 2010년 정부와 반군은 평화협정을 체결했다.
유엔은 다르푸르 내전으로 약 30만명이 사망하고 피란민 250만명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ICC는 2009년과 2010년 각각 바시르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그를 붙잡지 못했다.
ICC는 범인을 직접 체포할 수 있는 경찰력은 보유하지 않고 있다.
바시르는 그동안 외교활동으로 중국 등 ICC 비회원국을 주로 방문하면서 수배령을 피할 수 있었다.
바시르는 2015년에는 아프리카연합(AU) 정상회의 참석차 ICC 회원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방문했다가 출국금지 조치를 당했지만, 무사히 귀국했다.
국제기구의 요청이 있더라도 외교 관계를 고려할 때 국가 지도자를 체포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러나 바시르가 권력에서 쫓겨나면서 ICC 재판정에 설 개연성이 커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네덜란드 아세르연구소의 국제법 전문가인 크리스토프 폴루센은 AFP와 인터뷰에서 "(수단의) 새 통치자가 ICC와 협력하기를 원할 가능성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말했다.
결국 이븐 아우프 국방장관을 비롯한 군부의 결정이 중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권력을 잡은 군부가 바시르를 단죄하고 과거를 청산하는 의미에서 ICC의 체포 요구에 협조할 수 있다.
반대로 수단 내 화합과 정국 안정을 이유로 바시르 처벌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개연성도 있다.
수단 군부는 일단 바시르의 신병을 ICC에 인도하는 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수단 군사위원회의 장성 오마르 자인 알-아브딘은 12일 "우리는 바시르를 (ICC에) 인도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바시르)는 이곳 수단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아브딘은 "우리가 그를 인도한다면 역사의 오점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아와드 이븐 아우프 수단 국방장관은 국영TV로 발표한 성명에서 군사위원회가 2년간 국가를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독재자 대신 군부?"…수단 시민들의 저항은 계속된다 / 연합뉴스 (Yonhap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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