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길을 묻다] 이정동 경제과학 특보 "한국 산업 패러다임 바꿀 때"

입력 2019-04-13 09:01  

[한국경제 길을 묻다] 이정동 경제과학 특보 "한국 산업 패러다임 바꿀 때"
"한국 경제 사춘기의 변화 겪고 있어…지금 우리의 성장 키워드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팀 이 율 정수연 기자 = 이정동 대통령 경제과학 특별보좌관은 "우리 산업이 패러다임을 바꿀 때가 됐다"면서 "지금 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문제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일 서울대 공대 연구실에서 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겪는 여러 현상은 패러다임 전환기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라며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어떤 퀵 솔루션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국내외에서 손꼽히는 기술경제·혁신정책 분야 전문가인 이 특보의 저서 『축적의 시간』을 보고 감명을 받아 그를 특보로 위촉했다.
축적의 시간은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인 이 특보를 비롯해 26명의 서울공대 교수들이 각자의 전공에 따라 우리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주변의 경쟁적 환경, 미래 전략에 대해 심층적인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문 대통령은 작년에 발간된 이 특보의 후속작 『축적의 길』도 정독하고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물했다. 이 특보는 위촉 이후 산업계 현장의 고민들을 듣고 전달하고, 어디에 방점을 찍으면 지금의 혁신성장 노력이 효과적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특보는 "검증된 방식으로 발전하는 과거의 모형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면서 "우리 사회 전체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데 대한 공통된 인식을 갖고 탐색하면서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규제 샌드박스나 스마트 팩토리, 빅데이터나 인공지능(AI)과 같은 플랫폼 기술기반에 대한 천착 등 현 정부의 혁신성장 이니셔티브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우리 경제의 위기는 1∼2년 만에 생긴 위기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위기"라며 "사람 성장에 비유하자면 10대와 20대 사이 사춘기로, 전체적인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총체적 변화 속에서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필요한 기반의 틀을 바꿔야 하는데, 규제 샌드박스나 스마트 팩토리 등의 정책은 패러다임 전환을 구체적으로 타겟팅을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스마트팩토리는 우리 중소·중견기업들이 가진 과거의 생산기반 틀을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새로 옮기는 것이고, 빅데이터나 AI는 우리 사회가 지금과 다른 모드로 들어가기 위해 필연적으로 가져야 할 기반기술이라는 설명이다.
규제 샌드박스도 더 잘 만드는 것으로 승부를 보던 과거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비즈니스의 경계를 넘어 알 수 없는 지대로 넘어가 더듬어갈 수 있게 장을 열어줘 비즈니스의 활동공간을 넓히는데 의미가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는 이제 출발했지만, 게임은 지금부터 시작되는 것"이라며 "새로운 기술을 실험해서 어떤 잠재적 문제가 있는지 확인하고 증거를 뽑아 기존제도를 고치고 없는 제도를 새로 만들어 가면서 받쳐주는 절차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 특보는 "과거 1970∼1980년대 성장한 비법은 자본이나 투자였고, 2000년대는 연구개발(R&D) 기술이었다"면서 "지금 우리가 성장하는 키워드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 경쟁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예를 들어 창업도 고도기술 경력자가 해야 생존율과 성장률이 높은 만큼, 이에 훨씬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특보는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 안으로 데이터 기반 신산업이 들어와 융합되면 완벽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우리는 제조업 기반이 강한 상태여서 선진국과 출발선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이나 조선업이 힘들다고는 하지만, 시행착오를 하면서 쌓은 게 많아 상당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특보는 "기존 제조업 분야의 중간 레벨에 있는 사람들의 역량,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감수성을 어떻게 높여갈지가 참 중요한 문제"라면서 "기존의 정책 방향에 더해 사람 문제에 천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옛날에는 조그마한 단칸방에서 살다가 전세를 구하고, 아파트를 사고, 자동차를 사는 게 행복이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 필요한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자기 분야에서 정당한 소득과 먹거리를 마련하면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게 우리가 그려야 할 사회라고 강조했다. 속도는 떨어져도 깊이를 추구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yuls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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