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이어 항공사 보조금 분쟁 놓고 '관세 전쟁 2라운드' 예고
美의 "車 관세" 엄포에 EU "200억 유로 관세"…전선확대 가능성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미국과 유럽연합(EU) 간 무역분쟁이 다시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U는 미국 보잉과 유럽 에어버스 간의 보조금 논쟁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EU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하고 대상 물품의 명단을 작성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102억 유로(115억 달러, 13조 1천억원) 상당의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익명의 EU 관리를 인용해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9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세계무역기구(WTO)는 EU의 에어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미국에 불리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판정했다"며 "미국은 이제 110억 달러(약 12조5천억원)의 EU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EU 집행위는 미국 정부가 에어버스 보조금을 문제 삼아 EU산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이에 대한 '맞불'로 보잉에 대한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근거로 미국산 제품에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집행위는 오는 17일께 보복 관세 대상인 미국산 제품의 리스트를 공식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EU는 상대방 측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각각 불법적인 보조금을 지급해왔다며 15년 가까이 WTO에서 공방을 벌이고 있다.
WTO는 양측의 민간 항공사 보조금 논쟁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놓지 않았으며 이르면 올해 여름 최종 결정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8일 유럽 국가들의 에어버스 보조금으로 인해 무역에서 연간 112억 달러(약 12조8천억 원)의 피해를 봤다며 대응조치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표적의 예비 목록을 공개했다.
이 목록에는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영국 등 에어버스 보조금에 개입한 4개국에서 수입하는 물품과 EU 28개 회원국에서 수입하는 물품이 나열돼 있다.
특히 목록에는 항공기, 헬리콥터, 항공기 부품과 같은 공산품뿐만 아니라 와인, 치즈와 같은 농축산물, 연어, 문어, 게와 같은 해산물까지 망라돼 있다.
미국의 조치에 맞서 내주 EU의 보복 관세 대상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경우 양국 간 무역갈등은 더 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유럽은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작년 상반기에 미국이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워 EU산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자 EU는 청바지, 땅콩, 오렌지, 오토바이 등 미국산 제품에 대해 28억 유로(3조6천억 원 상당)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나섰다.
또 미국이 EU의 기간산업인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부과까지 검토하고 나서자 EU는 200억 유로(26조원 상당)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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