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중간평가 성격…與 '국정안정론' vs 野 '정권 심판론' 싸움
선거제 개혁 성사시 다당제 구도 유지…불발시 정계개편 소용돌이 전망
한반도 평화정착 성과 여부, 총선 승패에 영향…여야 '잠룡' 행보도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 의회권력 지형을 새롭게 그려낼 제21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내년 4월15일 치러지는 총선은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무대'인 동시에 정국 주도권의 향배가 좌우될 '한 판'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오는 2022년 대선 전초전 성격을 갖는 만큼 여야의 사활을 건 한판 대결이 예상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여당의 '국정 안정론'과 야당의 '정권 심판론'이 정면 격돌하며 전체 판도를 압도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여권 입장에선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20대 국회에서 개혁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한계를 절감한 만큼 과반 의석수 확보가 최대 과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핵사태 이후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기 위해 물러설 수 없는 승부를 펼쳐야 한다.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 패배의 고리를 끊고 재도약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군소정당은 기존의 거대양당 구도를 깨고 대안정당으로 발돋움할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을지 갈림길에 설 전망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128석, 한국당 114석, 바른미래당 29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대한애국당 1석, 민중당 1석, 무소속 7석 등의 현재의 의석분포도 1년 뒤 총선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무소속을 제외한 민주당, 평화당, 정의당, 민중당 등 이른바 범진보 정당(149석)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대한애국당 등 범보수 정당(144석)의 팽팽한 힘의 균형이 깨질지도 관심이다.
총선을 1년 앞둔 14일 현재 그 승부를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총선 구도와 민심의 흐름을 좌우할 크고 작은 변수들 때문이다.
당장 민주당과 한국당이 과반 의석 확보를 위해 한 치의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양당의 총선 프레임이 표심을 얼마나 파고들지가 승부를 가를 변수로 꼽힌다.
여권은 문재인 정부의 민생·개혁과제를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입법부의 안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야당은 경제상황을 고리로 한 정권 심판론으로 표심에 호소하는 전략을 펼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야당의 대대적인 보수 재결집 움직임에 맞서 여당은 '야당의 민생·경제 발목잡기'로 역공을 취할 수도 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연합뉴스 통화에서 "여당이 국정 안정론을 꺼내 드는 동시에 국정농단 세력을 향한 심판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판단 아래 '야당의 발목잡기로 국정 개혁이 지연되고 있다'며 한국당 심판론을 부각할 수도 있다"며 "여야 간 '창 대 창' 대결 가능성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 개혁 성사 여부는 총선 구도를 좌지우지할 대형 변수다.
선거제 개혁은 20대 총선에서 만들어진 여소야대와 다당제 정치지형이 21대 총선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를 판가름할 요인이다.
여야 4당(한국당 제외)이 추진하는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이 결국 결실을 보면 정계개편 없이 현재의 다당제 구도 속에 총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군소정당은 '지역구 225석·권역별 비례 75석 고정·연동률 50% 적용'을 핵심으로 한 선거제 개혁 관철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성과 비례성 강화'로 요약되는 이 같은 선거제 개혁안이 내년 총선에 적용되면 거대양당 중심의 의회권력 지도가 공고한 다당제로 새롭게 그려질 가능성도 있다.
반면 선거제 개혁이 결국 불발되면 야당발(發) 정계개편론이 급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4·3 보궐선거에서 초라한 성적을 낸 바른미래당에선 벌써 손학규 대표의 거취를 놓고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당이 구상 중인 '보수 대통합론', 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의 연대 또는 결합인 '제3지대론' 등 다양한 정계개편 시나리오로 이어지고 있다.
정계개편이 현실화할지, 또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총선 대결 구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한반도 정세도 총선 승부에 지대한 영향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포스트 하노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더해 남북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느냐에 따라 총선 구도가 출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여당의 압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시각도 많다.
총선을 앞두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에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면 지방선거 때처럼 여당에 유리한 선거 국면이 조성될 수 있다.
반면 북미 협상의 교착 상태가 길어지면 한반도 문제를 놓고 피로감이 슬슬 나오거나 평화 무드에 역행하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야당의 역공 소재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일단 여야는 최근 2곳(경남 창원성산, 통영·고성)에서 격돌한 '미니 보선'을 통해 민심을 확인하고 당의 명운이 걸린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실상 무승부로 끝난 보선에서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정치적 치명상을 입지 않아 여야가 총선 전까지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보선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만큼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한국당 황교안 대표 간 자존심을 건 총선 대결도 시선을 끈다.
특히 황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면 보수진영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위상이 크게 올라갈 수 있으나 반대의 경우엔 총선 패배 책임론에 휘말려 정치적인 내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낙연 총리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총선 출마 여부와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김부겸 의원의 대구 지역구(수성구갑) 수성 여부 등 여권 내 잠룡들의 총선 행보도 관심사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등도 총선 측면 지원을 통해 여권 내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황 대표에 더해 한국당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전 의원 등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된 현역 의원 물갈이, 고질적인 지역구도 혁파 등도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특히 주요 승부처인 부산·경남(PK)에선 동진(東進) 정책의 교두보를 마련하려는 민주당과 보수 결집을 통한 수성에 나설 한국당이 치열한 대결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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