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스타[미국 조지아주]=연합뉴스) 권훈 기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비롯한 전 세계 골프 기구는 빠른 진행이 골프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과제라고 여기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새로운 골프 규칙도 빠른 진행에 초점을 맞췄다.
세계 최고 수준의 골프 대회라는 마스터스는 그러나 빠른 골프와 거리가 멀다.
13일(한국시간) 끝난 2라운드에서는 대부분 선수가 18홀을 도는 데 5시간이나 걸렸다.
PGA투어 권장 시간 4시간 30분보다 30분이나 더 썼다.
공동 선두에 오른 5명 가운데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만 4시간 58분으로 5시간을 넘기지 않았을 뿐 4명은 5시간을 넘었다.
애덤 스콧, 제이슨 데이(이상 호주)는 5시간 9분 만에 홀아웃했고, 브룩스 켑카(미국)는 5시간 6분,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는 5시간 4분 걸렸다.
1라운드 때도 이런 느린 진행은 마찬가지였다.
몇몇 파5 홀에서는 두 번째 샷을 치기 전에 그린이 빌 때까지 한참 기다려야 했고 파3 홀에서도 티샷하려면 10분씩 대기하는 일이 예사였다.
느린 진행은 선수들도 불만스럽다.
평소 빠른 경기 진행으로 소문 난 켑카는 "화장실에 갈 일도 없는데도 화장실에 들어가 5분 동안 마음을 가라앉혔다"면서 "느림보 선수가 여긴 너무 많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1라운드 때 전반 9개 홀을 마치는데 무려 3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15번 홀(파5) 티샷을 기다리던 아마추어 알바로 오르티스(멕시코)는 "그늘에서 티샷을 기다리다 갤러리와 한참 노닥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맷 월리스(잉글랜드)가 포함된 오르티스 조는 2라운드 3번 홀에서 슬로플레이 경고를 받기도 했다.
랑거는 "경기위원이 와서 우리가 예정된 플레이 시간보다 10분이 늦었다고 하더라. 그런데 티샷하기 전에 8분을 기다렸고 두 번째 샷을 하려고 4분을 대기해야 했다"면서 "앞 팀이 빠져주지 않는데 대관절 어떻게 더 빨리 플레이할 수 있느냐"고 항변했다.
그린이 까다롭고 선수들도 자주 접해보지 못하는 코스에서 열리는 마스터스에서는 더러 이런 진행 차질이 빚어지곤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마스터스 역사상 슬로플레이로 벌타를 받은 사례는 2013년 아마추어 출전자 관톈랑(중국)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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