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조위 설립·활동 방해 사건 30여회 공판…5주기 당일 두사람 신문 예정
'방해 지시' 부인으로 일관…방청석 썰렁해져도 유족들 매번 참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구치소에서 날짜를 세어 보니, 다음 기일이 세월호 5주기더라고요. 내가 피고인이건 아니건 이 자리를 빌려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빕니다."
지난 9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업무방해 사건' 공판에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진술에 앞서 이같이 말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한 유족이 눈물을 훔쳤다.
동부지법에서는 세월호 특조위 설립과 활동 등을 방해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안종범 전 경제수석·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재판을 받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이어진 세월호 특조위 사건 공판은 오는 16일 35회째를 맞는다.
초기에는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은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재판이 30차례 이상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다. 예전과 비교하면 방청석이 눈에 띄게 썰렁해졌다.
그럼에도 유족들은 매주 번갈아 가면서 재판을 빼놓지 않고 꼬박꼬박 지켜보고 있다.
이 전 실장의 진술 도중 자리를 뜬 또 다른 희생자 어머니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진술을 더 듣기가 힘들어서 나왔다"며 "매주 빼놓지 않고 재판을 보러 오는데 언제 결론이 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족들과 함께 법정을 찾은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는 "피고인이 5명이나 되는 데다 관련 실무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이 여러 건 이어지면서 시간이 많이 흘렀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윤학배 전 차관과 이병기 전 실장 등 피고인에 대한 증인신문이 시작됐으니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간 재판에서는 당시 특조위에 파견돼 일하던 공무원들과 청와대 및 해수부 행정관, 실무관 등에 대한 증인신문이 계속됐다. 이어 윤 전 차관을 시작으로 각 피고인이 연이어 증인석에 앉고 있다.
피고인들은 특조위 내부 상황과 활동 동향파악, 특조위 활동을 방해할 방안 마련과 실행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특조위 활동에 관한 보고를 받았을 뿐이지 활동 방해를 지시한 적은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특조위 동향파악과 방해활동을 지시한 혐의를 받는 피고인들은 물론, 피고인들로부터 관련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실무자들까지 당시 상황을 두고 대체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하는 가운데 해수부-청와대로 이어지는 보고체계가 얼마나 입증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피고인들 가운데 윤 전 차관은 지난 9일 공판 당시 5시간여에 걸친 증인신문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일관했고, 이 전 실장은 아예 진술에 앞서 "벌써 4년 전 일이라 기억이 정확하지 않아 문서 위주로 증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서로 남은 증거물들이 활용되고 있지만, 기록들이 생성된 맥락을 확인하려면 관련자 증언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돼야 해 남은 재판에서 검찰이 관련자들로부터 어느 정도의 진술을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 공판은 세월호 5주기 당일인 16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당일에는 이 전 실장과 안 전 수석, 조 전 수석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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