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사와 부원장 등 수사 선상에
병원 "고위험 분만중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부원장 직위해제"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강애란 기자 = 경찰이 경기도 성남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 과실로 인한 사망사고를 은폐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A 병원 산부인과 의사 B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4일 밝혔다.
경찰은 또 B씨 외에 이 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 C씨와 부원장 D씨 등을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이들 외에도 수사 선상에 오른 병원 관계자는 총 9명에 달한다.
경찰에 따르면 A 병원에서는 2016년 8월 한 산모의 제왕절개 수술로 태어난 신생아를 의료진이 바닥에 떨어뜨리는 일이 발생했다.
수술에 참여한 의사 B씨가 아이를 받아 옮기다 미끄러져 넘어진 것이다. 아이는 소아청소년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몇 시간 뒤 결국 숨졌다.
하지만 병원 측은 수술 중 아이를 떨어뜨린 사실을 부모에게 숨기고 사망진단서에 사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재했다.
출산 직후 소아청소년과에서 찍은 아이의 뇌초음파 사진에 두개골 골절 및 출혈 흔적이 있었는데도 병원은 이를 감춘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7월 이 같은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수차례 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 기록을 확보하고 이에 대한 의료 감정을 진행해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이를 떨어뜨릴 때 발생한 충격이 사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큰데도 병원은 아이 부모에게 이 사실을 숨겨 정확한 사인을 규명할 부검 기회조차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병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아이를 떨어뜨린 사고가 직접적인 사망 원인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임신 7개월에 태어난 1.13㎏의 고위험 초미숙아 분만이었다"며 "레지던트가 신생아중환자실로 긴급히 이동하는 과정에서 미끄러져 아기를 안고 넘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생아는 태반조기박리와 태변흡입 상태로 호흡곤란증후군과 장기 내 출혈을 유발하는 혈관 내 응고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등 매우 중한 상태였다"며 "주치의는 사고로 인한 사망이 아니고 여러 질병이 복합된 병사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사고 사실을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점은 잘못이라고 보고, 당시 주치의에게 사고 사실을 전해 듣고도 병원에 보고하지 않은 부원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 또 진상규명 및 재발 방지 대책기구를 구성해 정확한 사실 규명과 프로세스 개선 등 재발방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은 수사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며 "부모에게 사고를 알리지 않은 것은 분명히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게 병원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어 "상황을 인지하고도 보고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어 부원장을 직위해제 조치했다"며 "수사 결과 은폐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면 병원의 정책을 어긴 책임을 물어 엄정한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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