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와의 전쟁' 선포…온·오프 공간서 감시 강화
러시아 "EU 문제점 책임 전가할 희생양 찾기" 반박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내달 23~26일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러시아의 선거개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러시아의 활동을 주시하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2017년 5월 프랑스 대선 등 최근 몇 년 동안 서방국가에서 벌어진 주요선거에 개입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EU는 진작부터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부심해왔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12월 5일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일련의 제안(액션플랜)을 내놓았다.
EU는 무엇보다도 러시아에 의해 가공·유포되는 가짜뉴스에 주목하고 있다.
앤드루스 안십 EU 디지털 담당 집행위원은 당시 성명에서 "러시아 등이 선거나 국민투표를 방해하려고 한 시도를 보아왔다"면서 "가짜뉴스에 맞서 우리 민주주의를 보호하기 위해 우리 힘을 모으고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집행위는 액션플랜에서 가짜뉴스에 대응하기 위한 예산을 190억 유로(24조7천억 원 상당)에서 500억 유로(65조 원 상당)로 크게 늘렸다.
또 가짜뉴스에 대한 신속한 경보시스템을 도입, 회원국과 EU 기구에 리얼타임으로 가짜뉴스를 공유하도록 했다.
14일 DPA 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주요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온·오프 공간에서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이를 면밀히 모니터하고 있다.
러시아가 소셜미디어나 국가에서 지원하는 RT와 같은 매체를 통해 EU의 유권자들이 친(親) 러시아 정당이나 EU에 비판적인 정당을 지지하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주된 공략대상은 젊은 층인 것으로 관측된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해서 단순히 유럽의회의 중요성에 대해 의심을 하게 하거나, 투표율을 낮추도록 하는 활동도 러시아 선거개입 전술일 수 있다는 게 정보당국의 시각이다.
특히 러시아의 선거개입 활동이 예전보다 더 은밀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EU 정보기관들은 보고 있다.
작년 3월 영국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의 배후가 러시아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이를 계기로 EU와 미국이 스파이 활동 의혹을 받는 러시아 외교관 150여명을 추방함으로써 이들이 구축해온 선거 영향 네트워크가 상당 부분 파괴됐다는 게 EU 정보기관들의 분석이다.
대신 러시아는 소셜미디어 네트워크 등을 통해 더 교묘한 방법으로 가짜뉴스를 확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유럽의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할 것이라는 게 EU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EU의 대책도 온라인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EU는 작년 말 마련한 액션플랜에서도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 등과 같은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에 가짜뉴스에 맞서기 위해 팩트체크 활동을 강화하도록 했다.
또 이들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들이 서약한 행동규범대로 투명한 정치광고, 가짜 온라인 계정 폐쇄, 로봇을 활용한 리플달기 차단 등의 활동을 철저히 이행하도록 촉구하고 있다.
아울러 이들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의 이행실적을 모니터해 보고서를 내는 등 이행을 장려하고 있고, 이런 자발적 노력이 성과가 없으면 EU가 강제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EU 정보기관들은 러시아의 선거개입 의혹 배후로 정보기관인 FSB(연방보안국)나 GRU(정찰총국)와 함께 IRA(인터넷리서치에이전시)를 꼽고 있다.
특히 IRA는 소셜미디어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총괄하기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설치됐다는 게 EU 정보기관의 판단으로, IRA는 2016년 미국 대선 때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물론 러시아는 EU에서 제기하는 러시아의 유럽선거 개입 의혹이나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러시아 외교부는 최근 성명을 내고 러시아는 EU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지 않으며, 다른 선거에서도 영향력을 미칠 의도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러시아에 대한 이 같은 비난은 EU 정당들이 자초한 문제점이나 유럽에서 포퓰리스트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 것에 대한 책임을 돌릴 대상을 찾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반박했다.
일종의 '희생양 찾기 전략'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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