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만 빼고 많은 것 바뀌어 감사…분명한 수사 바란다"
머니투데이 계열 기자들과 '홍선근 회장 꽃배달' 놓고 설전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이정현 기자 = 고(故) 장자연 사건 주요 증언자이자 고인의 동료인 배우 윤지오 씨는 "캐나다에 돌아가면 외신 인터뷰를 통해 국내에 더 많은 변화를 일으키겠다"고 말했다.
윤 씨는 1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저서 '13번째 증언' 북 콘서트 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인으로서 너무 수치스러웠다. 외국에서 볼 때 한국에서 벌어진 정황이 상식선에서 이뤄지는 일인지 궁금하다"라며 "외신에서 보도하면 국내에 오히려 더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 같다"라고 했다.
사건 후 10년, 최근 '16번째 증언'을 마쳤다는 윤 씨는 "가해자들은 바뀌지 않았으나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 등 많은 것이 바뀌었다"며 "대통령께서 명운을 걸고 공소시효 없이 수사에 착수하라고 하신 만큼 저도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윤지오 "내가 우습나?"…머니투데이 계열 기자들과 설전 / 연합뉴스 (Yonhapnews)
이날 간담회에서는 머니투데이 계열 언론사 기자들이 윤 씨에게 홍 회장을 방어하는 듯한 질문을 수차례 던졌고, 윤 씨가 이를 반박하면서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윤 씨의 책을 보면 약간 진실이 대립한다', '책에서 사실관계와 다른 내용을 틀리게 썼다', '식사하면서 반주로 하는 와인을 마신 것'이라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윤 씨는 "저한테 뭐 하셨어요? 지금까지 뭐 하시는 거예요? 장난하세요? 제가 우스우세요?"라고 연달아 반문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머니투데이 계열사인 뉴시스는 지난 8일 '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 선인가'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윤 씨와 장자연 씨가 친분이 깊지 않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고, 윤 씨가 이튿날 "정정 보도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히자 별다른 설명 없이 칼럼을 삭제한 바 있다.
윤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머니투데이 홍선근 회장이 자신에게 와인을 겸한 식사자리에서 명함을 주고 경찰 수사 중 꽃다발을 보냈다고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언론사 회장과의 밥자리 등과 관련해, "제가 굳이 그런 자리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혀 납득이 안 됐다"며 "왜 제가 사는 집을 굳이 수소문해 겁을 주는 양 꽃(다발)을 보냈는지에 대해 듣고 싶다"고도 했다.
다음은 윤 씨와의 문답.
-- 캐나다에 돌아가면 어떤 일을 할 건가.
▲ 다음 주부터 외신 인터뷰를 시작할 거다. 한국인으로 살면서 너무 수치스러웠는데, 외국에서 볼 때 한국에서 벌어진 정황이 상식선에서 이뤄지는 일인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해온 건 제 역량이었고, 외신에서 보도한다면 국내에서도 오히려 많은 변화가 이뤄질 것 같다. 국내에서는 이제 신뢰하는 언론과만 인터뷰하겠다.
-- 귀국 후 어떤 점에서 변화가 있었나.
▲ 사실 많은 것이 바뀌었다. 저는 많은 걸 외쳤고 요구했는데 변경된 것에 대해 (수사기관에서) 사과도 해주셔서 감사하다.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 공정하게 기사를 써준 기자들께도 감사하다. 가해자들은 바뀌지 않았지만,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만 해도 많이 바뀐 거다.
-- 홍 회장이 꽃 배달을 한 시점과 당시 기분은.
▲ (홍 회장이) 첫 번째 (수사) 대상으로 지목된 시점에서 제가 여의도 한 아파트에 살 때 꽃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스토킹인데, 제집을 아신다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경찰에 얘기하니 수거해갔다. (꽃다발을 보낸 시점은) 경찰 수사 당시였고, 명확하게 그쪽에서 꽃이 배달돼 무서웠다. 처음 본 언론사 대표가 기자도 아닌 개인에게 명함을 주는 것도 일반적이지 않다. 본인이 떳떳하면 왜 (해당 기사를 쓴 미디어오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뭔가 은닉하는 것 같고 오해를 살 수 있으니 고소는 취하하는 게 맞다.
-- 성추행한 사람에 대해 증언을 번복했듯 꽃 배달 건도 홍 회장으로 오인한 것 아닌가. 홍 회장이 성 접대, 성추행과는 관계없는 것 아닌가.
▲ 죄송하지만 (꽃 배달 건은) 홍 회장이 맞다. 한 차례 식사했고, 그중 일부는 와인을 마셨을 뿐이라면 잘못한 게 없다는 건데 왜 언론사를 고소하나. 그렇게 치면 (머니투데이 계열인) 뉴시스는 해당 보도('윤지오, 장자연 사건의 절대 선인가', 현재는 삭제)로 저를 모함하신 건데, 제게 사과하셨나. 왜 저와 다른 기자들이 이 자리에서 해명해야 하나. 본인들이 확실하게 먼저 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장난하는 건가. 제가 우습나. 제 인터뷰를 하신 것도 아니지 않나. 그리고 이후 (뉴시스) 기자가 경호원을 통해 연락이 왔다. 못 받아서 다시 연락했더니 며칠 째 연락이 안 된다. 저는 사과받고 싶지 않고 언론 관계자들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 와인을 겸한 식사자리가 법적, 도의적으로 문제가 될 만했나.
▲ 뉴시스 기사에 제가 수정을 요구했고 수정·삭제됐다. 그러자 (머니투데이 쪽에서) 왜 수정했냐며 (미디어오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저도 동일하게 뉴시스에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겠다. 와인을 겸한 식사는 문제가 안 되지만, (홍 회장이) 왜 제집을 굳이 수소문해 겁을 주는 양 꽃을 보냈을까에 대한 해명을 듣고 싶다. 재수사에 착수했으니 본인(홍 회장)이 와서 (조사) 받으면 되겠다. 저는 16번을 증언했는데 그분은 조사를 몇 번 받았나. 오셔서 조사받아야 하는 거로 안다.
-- '여배우가 왜 언론사 사주들과 밥이나 술을 먹어야 하는가'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 같다.
▲ 제가 굳이 그런 자리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전혀 납득이 안 됐다. 그래서 1억원의 위약금을 지불하고 회사를 나오기까지 과정도 험난했다.
-- '제2의 장자연'이 나오지 않게 한 말씀 해달라.
▲ '고인 물'로 인해 깨끗한 물을 부어도 그 사람들만 바보가 되는 연예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 저는 남들보다 기억력이 우수해 또렷이 블랙박스처럼 기억하는 부분이 있다. 증언을 16번이나 한 것도 수사기관에서 (제 말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해자로 거론된 사람들은 거짓말 탐지기에서 거짓이 나와도 무혐의가 됐고, 재수사조차 안 받았다. 대통령께서 명운을 걸고 공소시효 관계없이 수사에 착수하라고 하셨으니 저도 분명히 제대로 수사해달라고 요구한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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